Q. 저는 2년 전부터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채식주의) 지향으로 살고 있어요. 공장식 축산 영상을 보다가 동물에 대한 연민이 생기면서 고기 섭취를 줄이고 있죠. 문제는 제 기준이 높아지니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일도, 육식주의자인 남을 정죄하는 일도 많아졌다는 점이에요. 채식을 제대로 못할 때면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거부감이 들기도 해요. 비거니즘(veganism·완전한 채식에 더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의류나 동물실험을 한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지향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육식을 전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해요. 이런 일이 자꾸 지속되니 제 마음이 매번 불편해요. 이용진(가명·30·직장인)
A. 이번 주 추천 콘텐츠
토바이어스 리나르트의 '비건 세상 만들기(두루미출판사 펴냄)'
비건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종종 '유난스럽다'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시선을 받습니다. 신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검증당하기도 하고, 논(non)비건과 서로 대립 관계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물론 동물권이나 환경 면에 있어서 비거니즘은 우리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실제로 '한국고기없는월요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할 경우 1인당 30년산 소나무 15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오로지 '옳음'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독단적'이라며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소위 '꼰대' 취급을 받기 쉽죠. 갈등과 반목만 생긴다면 오히려 다름과 차이는 점점 벌어지겠죠.
이런 채식인들에게 벨기에의 비건운동가 토바이어스 리나르트는 저서 '비건 세상 만들기'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거니즘을 실천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옳은 행위인지' 따지는 것보다 '이것은 효과적인지' 따지는 게 궁극적으로는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꼭 강경해야만 좋은 운동일까요. 이 책에 따르면 논비건들의 불평 중 하나는 "비건이 늘 설교하고 훈계하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죄의식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는 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자기방어 기제를 발동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건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들의 언행은 이런 자기방어에서 나온 걸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공감과 소통을 강조합니다. 당장 비건 정체성을 요구하는 것보다 논비건이 궁금해 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비거니즘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완벽한 비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보다는 '우리' 그룹에 포함시키는 게 더 고무적"이라며 "서로의 차이보다는 공유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관대하고 환영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비거니즘 운동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이들이 움직이길 바라는 것 아닌가요. 완벽하지 않은 자신과 타인을 탓하는 것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는 게 더 지속가능하지 않을까요.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99명의 비건 지향인들이 더 크게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