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공연장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성토장으로 변하고 있다. 한 유명 러시아 록 밴드는 콘서트에서 관중들과 함께 "전쟁 엿 먹어라(Fxxx War)"라는 구호를 외쳤고, 또 다른 록 밴드 가수는 지난주 공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검찰에 기소됐다.
22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러시아 록 밴드 '키스 키스(Kis-Kis)'는 이틀 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5,000석 규모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에서 밴드 소속 가수들은 관중들과 함께 러시아어로 '전쟁 엿 먹어라'를 10여 차례 외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했다. DW는 이 밴드가 이전에도 종종 반전(反戰) 메시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밴드는 이번 콘서트에 관련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다.
또 다른 러시아 록 밴드 DDT의 보컬 유리 셰브추크도 지난 18일 우파시(市)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DDT는 1980년 결성된 유명 밴드로, 사회 비판과 반전 사상을 담은 곡으로 대중에 잘 알려졌다.
당일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셰브추크는 무대에 서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젊은이들이 우리 황제의 나폴레옹을 흉내낸 계획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조국은 계속해서 키스하고 달래줘야 하는 대통령의 엉덩이가 아니라, 기차역에서 감자를 파는 가난한 할머니와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중은 그의 발언에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셰브추크는 공연을 마친 직후 경찰 조사를 받고, 자국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행정법원에 고발당했다. 현지 매체들은 그가 최대 5만 루블(약 104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3월 거짓 정보로 러시아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거짓 정보를 퍼뜨린 이들은 최대 징역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나 '침공'으로 지칭하는 것도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