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재 대사관 경호를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은 폐쇄 3개월 만인 지난 18일(현지시간) 운영을 재개했다.
2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부와 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키이우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대사관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분쟁이 발생한 지역에서 유사시에 자국 외교인력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사관 경호는 국무부 외교안보국이 맡고 있다.
특수부대 파견 이외에 다른 지역 미 대사관들처럼 해병대를 투입해 경호를 담당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키이우에 대한 공습이나 포격을 이어가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특수부대를 대사관에 파견함으로써 러시아가 미국 관리들에 대해 공격하는 것을 미리 억제할 수 있고 공격 발생으로 인력을 철수할 때도 경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키이우 내 미군이 배치될 경우 키이우 정부와 직접 소통해 미국이 지원하는 무기에 대한 기술적 지원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경우 러시아와 직접 충돌할 위험이 있어서다. WSJ는 “키이우에 미군이 직접 주둔하게 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미군 파병 금지’라는 당초 입장에서 상황이 한층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재개관한 키이우 대사관의 보안상 요구사항에 대해 국무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어떤 결정도 내려진 적 없고, 미군 병력의 우크라이나 복귀와 관련해 고위급에서 특정방안이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열흘 전인 2월 14일 키이우 대사관을 폐쇄한 뒤 최근 운영을 재개했다. WSJ는 “미 당국자들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철수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참고해 키이우 주재 대사관에 대한 경호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지난해 8월 15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점령하자 서둘러 철군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의 인명 피해를 막지 못하는 등 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