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반려견·결혼식 구두… 윤석열·바이든 '케미' 통했다

입력
2022.05.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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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은 2박 3일간 일정을 밀착하며 상당히 긍정적인 '케미'를 과시했다. 21일 한미 정상회담과 환영 만찬이 하이라이트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부터 반려견에 대한 관심까지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느라 당초 90분으로 예정된 회담은 109분으로 훌쩍 늘어났다. 이어진 공식 환영만찬에서도 윤 대통령은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인용한 건배사로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①30분→72분으로 늘어난 소인수 회담

두 정상과 소수 핵심 참모들이 참석한 소인수회담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날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72분이나 이어졌다. 정상들의 이동시간을 초단위까지 계산해 일정을 짜는 정상외교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정상의 대화가 끊이지 않아서 참모들이 종료시간을 알리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주제로 오랜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게 된 계기를 언급하자, 윤 대통령도 "검찰에 27년간 있다가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느끼고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하면서 관련 대화가 이어졌다. 배석했던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두 정상의 공감대가 굉장히 넓고 깊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그러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연 듯 보였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중 각자 다리를 꼰 채 앉아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②단독환담에선 반려동물·결혼식 구두 화제

이어진 '친교' 시간에도 정상 간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통역만 대동한 단독환담이 예정시간(10분)을 넘겨 25분간 진행된 이유다.

이 자리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주제는 '반려동물'이었다. 윤 대통령은 개 네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를, 바이든 대통령은 개와 고양이를 한 마리씩 기르는 반려동물 애호가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케미'가 굉장히 잘 맞는 관계로,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신은 '구두'도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평소 굽 없는 컴포트화를 즐겨 신는다. 김건희 여사가 "한미 정상회담이란 특별한 행사가 있으니 격식을 갖추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면서 2012년 결혼식 당시 신었던 구두를 깨끗이 닦아 신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 구두를 본 바이든 대통령은 "구두가 너무 깨끗하다. 나도 구두를 더 닦고 올 걸 그랬다"며 농담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소인수회담·단독환담에서 두 정상 간 의견 일치가 이뤄지면서 마지막 순서였던 확대 정상회담은 예정(50분)보다 줄어든 12분 만에 끝났다.


③윤 대통령 "훌륭한 친구", 바이든 "우리 함께 갑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환영만찬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시인 예이츠를 인용해 건배사를 했다.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고 했다"며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하면서다. 2017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시 바이든 부통령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하면서 읊었던 구절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생산적인 회담이었고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를 공유해 서로를 많이 알게 됐다"며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에게 준 게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농담을 건넸다. 자신이 좋아하는 예이츠를 인용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유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건배사로 "위대한 양국의 동맹과 수십 년간 이어온 번영이 지속하길 바라는 뜻에서 한미연합사에서 주로 하는 건배사를 하겠다"며 "우리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쳤다.


④용산서 맞이한 첫 국가원수

바이든 대통령은 청와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실에서 맞이한 첫 국가원수급 외빈으로 기록됐다. 용산 집무실 이전 당시 우려됐던 돌발사고는 없었다. '청와대 방문 경험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새 집무실에 대한 평가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로운 오피스'라고 농담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