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송과 USB 메모리 등에 밀려 오래전에 사라진 플로피디스크가 일본에서는 아직도 쓰이는 점이 최근 화제가 된 4,630만 엔 송금 실수 사건으로 확인됐다. 일본 네티즌은 "지금도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는 곳이 있느냐"며 놀라워했지만,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AERA에 따르면 관공서에서도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금 실수 사건이란 지난달 초 야마구치현 아부(阿武) 마을 지자체 직원이 463가구에 10만 엔씩 지급해야 할 지원금 4,630만 엔을 24세 남성 한 사람에게 보낸 것을 말한다. 직원이 직접 남성을 찾아가 실수로 송금한 사실을 알리고 반환을 요청했지만 남성은 돈을 인출한 뒤 “인터넷 도박으로 다 썼다”며 갚지 않아 지난 18일 경찰에 체포됐다.
네티즌의 관심을 모은 것은 송금 방식이었다. 직원이 관행대로 플로피디스크에 송금 명부가 적힌 파일을 담아 은행에 갖다 줬던 것이다. 이 디스크에는 463가구의 계좌번호와 입금액 10만 엔이 적힌 명부도 있었지만, 남성의 이름 하나와 총액 4,630만 엔이 적힌 잘못된 명부도 들어 있었다. 은행은 두 가지 이체를 모두 실행했다. 인터넷에서는 “플로피디스크가 뭔지도 몰랐을 젊은 직원이 관행 때문에 허둥대다 실수한 것 아니냐”며 동정론이 일었다.
AERA가 이 의뢰를 접수한 야마구치은행 측에 문의한 결과, 플로피디스크를 통한 계좌 이체의 신규 접수는 지난해 5월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계속 이 방식으로 송금해 오던 고객의 의뢰는 어쩔 수 없이 받고 있다.
도호쿠 지방의 한 은행은 "플로피디스크 계좌 이체는 주로 관공서 의뢰가 많다"고 밝혔다. 다수의 지역민에게 지원금 등을 입금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은행은 반년 전부터 관내 지자체에 연락해, 올해 안에 플로피디스크 취급을 종료할 테니 인터넷뱅킹으로 전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플로피디스크나 이를 인식하는 드라이브의 생산이 중단돼 문제가 생기면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의 최대 플로피디스크 생산업체였던 소니가 자국 내 판매를 종료한 것은 11년 전인 2011년 3월이다. 지금 사용되는 플로피디스크는 10년 전 제품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의외로 지방뿐 아니라 도쿄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도 플로피디스크를 오래 사용해 온 곳이 있었다. 도쿄도 지요다구는 간병이나 생활보호 지원금 등의 지급에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했다가 올해 3월에야 종료했다. 후생노동성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제조업체로부터 신제품 승인 신청 서류를 받아 심사하는데, 아직도 플로피디스크로 신청을 하는 곳이 있다. 담당자는 “적어도 CD로라도 달라고 부탁하지만 ‘CD를 쓸 수 없다’는 분들이 극소수 있다”며 “우리는 행정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유한 드라이브가 고장 나지 않는 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