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대통령실 앞 집회 불허 조치에 법원 잇단 제동

입력
2022.05.20 19:10
참여연대·평통사 한미정상회담일 신고
경찰 불허하자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전쟁기념관 앞 낮 12시~오후 5시 허용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 안 돼"

법원이 경찰의 잇단 불허 조치에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재차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20일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의 집회 금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21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하위 1개 차로 집회를 여는 것을 허용했다. 이를 벗어난 범위의 집회에 대해선 경찰의 금지 처분을 유지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2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남북·북미 합의 이행과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국방부 및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하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그러나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보고 금지 처분을 한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이 규정한 '대통령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회의장과 법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국회의사당과 법원도 이들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다면 집회 개최를 허용하고 있다"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만 집회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법원은 다만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과 경호 인력이 다수 투입되더라도 참여연대의 의도를 벗어나 공공질서를 훼손하는 돌발 상황이 일어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집회 범위를 제한한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이날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낸 집회금지 집행정지 신청도 일부 인용했다. 평통사는 21일 전쟁기념관과 녹사평역, 중앙박물관 앞 집회와 행진을 신고한 바 있다. 같은 법원 행정 1부(부장 강동혁)는 평통사에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쟁기념관 정문 앞 좌·우측 인도에서 집회하는 것을 허용했다. 행진은 전쟁기념관 앞에서 녹사평역 교통섬까지 1회에 한해 오후 3시30분부터 5시 사이에 1시간 이내로 신속하게 통과하라고 했다.

법원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같은 법원 행정 5부(부장 김순열)는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당시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건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