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 민영화 논쟁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인 2012년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인천공항공사 지분 30~40% 정도를 민간에 팔 의사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계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인천공항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2009년과 2011년, 2012년에 걸쳐 총 세 차례 관련 법 개정을 시도했다. "지분 일부를 팔아 재원을 얻고 시장 감시를 받아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의 내용과 근거는 현재 주장과 흡사하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국민 여론도 좋지 않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막판에는 여당이었던 새누리당마저 돌아서면서 더 이상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기간시설 운영 기업을 포함한 공기업을 최대한 민간 시장으로 보내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 인수위 시절에는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 대상으로 올려놓으면서 "다른 공기업들과 달리 수익성이 높아 조기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8년 8월 발표한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9%를 매각하는 방안으로 확정됐다. 정부가 운영권을 유지하되 민간 자본을 최대한 참여시키자는 의도였다.
논의 초창기 인천공항 매각 주장은 이른바 '국부유출설'로 연결됐다.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를 언급하면서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하고 해외자본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는데 민주당은 이를 이명박 정부가 인천공항을 맥쿼리 펀드로 넘기려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것이다.
2009년 12월 발표한 '인천공항공사 선진화 방안'에서는 '해외 헐값 매각' 우려를 없애고자 ①동일인 지분 15%로 제한 ②해외자본 지분 총량 30% 제한 등의 각종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이런 방침조차 "굳이 잘나가는 공기업을 왜 매각하느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1년에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도 정부의 요청을 받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미 발의된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관련법을 서둘러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지배 구조를 선진화하는 것은 시장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다만 국회 입법으로 민간 소유 지분 제한 규정 등을 마련해 공항 운영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공항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국부 유출'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는 민영화 반대는 물론 찬성 측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민영화로 선진경영 기법을 도입해 효율성이 증대되고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주장이 저소득층에 공항 지분을 나눠준다는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는 성립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민영화 추진은 2011년 말 국회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임기 말인 2012년에도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내세워 인천공항 매각 가능성을 띄웠다. 하지만 이때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차기 정부로 미뤄야 한다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은 18대 국회에서 일단 보류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와 시민단체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인천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설립됐을 때부터 민영화를 전제로 설립됐고, 해외 공항 가운데서도 민영화를 실시한 사례가 많았다. 이 가운데는 덴마크 코펜하겐 카스트룹공항처럼 운영이 개선된 긍정적 사례도 있고,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이나 호주 시드니공항처럼 항공사와 승객의 이용료가 치솟은 부정적 사례도 있었다.
2011년과 2012년 반복된 민영화 찬반 논쟁에서 양측이 내건 논리는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 찬성 측에서는 민영화의 장점으로 ①민간 자본 유치를 통한 재원 마련 ②민간 감시 참여로 인한 경영 효율화 ③해외 공항과의 자본 제휴 등을 내세웠다. 반대 측이 제시한 자본 잠식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지분을 일부만 매각하기 때문에 운영권이 완전히 민간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는 점과, 각종 규제를 통해 이용료의 무분별한 인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 측의 주장도 지금과 비슷하다. "단 1%라도 민영화가 이뤄진다면 무역협정상 요금 규제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으며 민간자본이 들어가는 이상 단기적 수익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한국의 출입구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인천공항의 수익이 "국민 전체가 아닌 지분을 확보한 특정 자본으로 흘러가게 된다"는 지적도 했다.
무엇보다 반대 진영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민영화를 해서 얻는 실익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당시도 흑자를 내는 기업이자 국제공항협의회(ASI)의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위를 차지하던 기업이었기에 민영화를 해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성립하기 어려웠다. 인천공항은 ASQ에 마지막으로 참여한 2017년까지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찬성 측에서는 "인천공항이 우량 기업이기에 민영화가 쉽다"는 주장을 했지만 반대 측에서는 '균형재정'에 집착하던 당시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국제 금융위기에서 한국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경기 부양 목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지출한 후 이를 보충하기 위해 '알짜 기업' 매각에 집착한다는 의구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