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주제곡 작곡한 방겔리스 별세...향년 79세

입력
2022.05.20 14:04
록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로 세계적 명성
영화 '불의 전차' '블레이드 러너' 음악감독 
프랑스서 코로나19 치료받던 중 타계

영화 ‘불의 전차’와 한일월드컵 주제곡으로 유명한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방겔리스가 1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향년 79세.

로이터통신은 방겔리스의 변호사 사무소가 낸 성명을 인용해 그가 이날 밤 늦게 별세했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그리스 현지 매체들은 방겔리스가 프랑스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고인을 가리켜 “전자음악의 선구자”라며 “불의 전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난 그는 그곳에서도 계속 우리에게 음악을 전해줄 것”이라고 애도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연주에 재능을 보인 방겔리스는 20대 초 5인조 록 밴드 포밍크스를 결성해 활동하다 해체 후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만드는 등 일찍부터 왕성한 창작력을 보였다. 이후 1968년 데미스 루소스 등과 록 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를 결성해 ‘Rain and Tears’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등을 히트시키며 세계적 인지도를 얻었다. 밴드 해체 후엔 솔로 활동과 영화음악 작곡을 병행했다. 1979년 영국 록 밴드 예스의 존 앤더슨과 의기투합해 ‘존 앤드 방겔리스’로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인은 영화음악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19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선수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불의 전차'(1981)는 그를 세계적인 음악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영화 주제곡으로 198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곡상을 받았고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금도 그리스 유일의 아카데미상 수상자로 남아 있다. 이 밖에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1492 콜럼버스'(1992) 등의 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공식 주제곡을 비롯해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의 주제곡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최근엔 우주를 주제로 한 음악을 잇달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 ‘Mythodea’(2001)에 이어 2016년엔 세계 최초로 혜성을 탐사했던 유럽우주기구(ESA)의 우주 탐사선 로제타를 주제로 한 앨범 ‘Rosetta’를 발표했다. 지난해엔 NASA의 목성 탐사선 주노를 주제로 한 ‘Juno to Jupiter’를 내놓았는데, 이 작품은 그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앨범이 됐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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