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시스틴 채플’이 30년 만에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울산시립미술관은 19일 오후 제2전시실에서 ‘21세기 천지창조 시스틴 채플’ 전을 개막했다.
시스틴 채플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가한 백남준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비엔날레 이후 철거됐다가 2019년 영국에서 복원돼 현재는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16세기 시스틴 채플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을 통해 종교적 환영을 물감으로 보여줬다면, 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은 40여 대의 프로젝터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이미지와 소리로 삼차원 공간을 가득 채운다. 오늘날 가상현실(VR)이나 확장현실(Metaverse)을 예견한 작품으로, 백남준 특유의 선구적 시선과 함께 그가 창조한 시간과 공간의 변주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시스틴 채플’ 외에도 ‘글로벌 그루브(1973)’와 위성 3부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바이 바이 키플링(1986)’, ‘세계와 손잡고(1988)’등 70~80년대 대표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보도사진 작가 최재영의 ‘백남준 굿 퍼포먼스’ 사진 27점도 만나 볼 수 있다. 백남준은 1990년대 굿 퍼포먼스를 펼치며, 동양의 샤머니즘 정신을 바탕으로 초월적 가상세계에 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세계를 제안한 바 있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은 “백남준은 이미 30년 전에 ‘시스틴 채플’을 통해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가상현실, 혼합현실, 메타버스의 신세계를 예시했다”며 “‘21세기 천지창조 시스틴 채플’전을 통해 백남준이 추구했던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은 7월 17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1,000원(울산시민 50% 할인)이며 19세 미만과 65세 이상은 무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