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자 또... 넘쳐나는 현수막 쓰레기

입력
2022.06.04 19:00
대선, 지선 통틀어 선거 현수막 20여 만 장 제작 
국민혈세로 제작된 현수막 대부분 소각·매립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쓰레기 대란'






선거가 끝나자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기간 전국 곳곳에 내걸려 있던 각종 선거 현수막이 선거 다음날 일제히 철거되면서다.

광역·기초단체장 및 의원, 교육감,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동시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 총 7,572명의 유효 후보가 나섰다. 이들이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선거구내 읍·면·동 단위별로 2개까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제작, 게시된 현수막은 총 12만8,000여 장, 길이로 따지면 1,300여 ㎞로,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거리에 육박한다.

여기에 지난 대선 제작된 물량까지 합하면 올해에만 20여 만 장의 선거 현수막이 만들어졌다. 훼손 및 오염, 문구 변경 등으로 인한 추가 제작과 정당에서 선거 전후 내건 현수막까지 합하면 실제 제작된 현수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홍보수단을 동원한다. 선관위 기준에 따른 현수막부터 벽보, 인쇄물은 기본이고 명함과 유세차량까지 준비한다. 이렇게 제작된 선거 홍보물 대부분은 선거 직후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 또는 매립된다. 재활용되는 비율은 평균 25%에 불과하다.

선거 현수막은 소각 등 처리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교통안전을 위협하거나 도시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현수막은 플라스틱 폴리에스터가 주성분이다 보니, 생산과 폐기 과정 모두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시각적으로 돋보이기 위해 원색의 잉크를 다량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교차로, 횡단보도 인근에 중점적으로 게시되다 보니 선거 현수막이 신호등이나 교통안전 표지판을 가리기 십상이다. 울긋불긋한 현수막이 신호등의 가시성을 방해하기도 한다. 건물의 일부 또는 전체를 감싸는 대형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다.



문제는 불과 며칠 만에 쓰레기로 전락할 선거 현수막 제작에 국민의 혈세가 쓰여지고 있는 사실. 공직선거의 법정비용 보전 제도에 따라 선거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혈세가 투입된 현수막이 각종 안전을 위협하고 막대한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선거용 현수막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사용 중단을 국회 및 선관위 등에 요구하고 있다. 각종 문제를 야기하는 현수막 대신 SNS등을 통한 온라인 선거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근본적인 개선안이 선거법상으로 규정되지 않는 한 선거 직후 반복돼 온 쓰레기 대란은 2년 뒤 총선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오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