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유엔은 수개월 내 전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통로를 열어줄 것을 촉구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식량안보행동촉구를 위한 각료회의(GFSCA)에서 “불과 2년 새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인구가 팬데믹 이전 1억3,500만 명에서 현재 2억7,600만 명으로 두 배나 늘었다”며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전쟁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수개월 내 전 세계가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악화로 촉발된 글로벌 식량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리며 전 세계 밀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생산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미 수확한 곡물마저 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공급망이 틀어 막혔다. 현재 오데사 항에는 2,500만 톤의 곡물이 수출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 또 전 세계 비료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와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향후 곡물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침공 이전 월 평균 600만 톤에 달했던 곡물 수출량이 지난달 5분의 1 수준인 110만 톤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수백만 명이 이미 기아로 위협받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도 급등 추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세계 식량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올랐고 전쟁 장기화 시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영양실조와 기근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에 저장된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일부 완화해주는 대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선적을 허용해주는 협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세계 식량 위기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고 직격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누군가는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가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것은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는 의도이며, 비료와 농산물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상황을 극적으로 악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계은행(WB)은 각국의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300억 달러(약 38조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도 우크라이나와 주변국들을 위한 20억 유로(약 2조7,000억 원) 지원금 중 5억 유로를 식량 안보와 농산물 무역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