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국에 우리 정부도 동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교란된 공급망 안정과 더불어 투자 확대 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선 IPEF가 다분히 중국 견제의 목적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제2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함께 대중 관계 경색까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IPEF 참여가 공급망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정부의 취지를 알고 있다"면서도 "중국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물밑 작업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IPEF 참여 결정 배경에 대해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개방을 넘어 기후 변화·공급망·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가 핵심 이슈로 등장해 IPEF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효율성’에서 ‘회복력’으로 중심축이 이동, 안정적인 공급망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IPEF 참여로 포괄적인 역내 경제협력체 구축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산업부는 “반도체·청정에너지·핵심광물 등 역내 공급망 협력 증진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일본 등 역내 주요국과의 협력을 촉진해 디지털·신기술 이슈 등에 대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프라 투자, 역량 강화, 공동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미국이 경제와 안보를 묶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IPEF를 구상했다며 한국 정부의 IPEF 참여가 중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관영 신화사 등이 이날 보도한 중국 외교수장인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통화 내용에서도 중국의 우려가 드러난다. 양 정치국원은 “사리사욕으로 아·태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미국의)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구상한 IPEF 출범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런 시각에 대해선 과도하단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IPEF의 핵심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슈에 적극 대응하자는 취지”라면서 “한중 간 협력채널이 원활히 가동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기 때문에 우려는 과하지 않냐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는 상호 존중”이라면서 “(IPEF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협력 기제를 만드는 것인데 너무 민감하게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조만간 진행할 예정인 한중 FTA 후속 협상에서 중국과도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에 필요한 '프레임워크'의 구축 계획도 전했다.
다만, 이런 정부 입장에도 중국 측 불만이 구체적으로 표출될 경우엔 마땅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통상 및 국제정치학계 중론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IPEF는 중국을 겨냥한 게 분명한 체제여서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미국 주도의 IPEF 체제에 들어가지 않는 건 어렵기에 IPEF 체제하에서 중국과 (우회적 접근방식인) 아웃리치 방식의 협력 등으로 관계 모색에 나서야 하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