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경청, 중소기업 기술탈취·권리구제 ‘해결사’

입력
2022.05.19 08:40

2019년 출범 피해 중소기업에 80여 건 법률지원

기술탈취 소송 최초 징벌적 손해배상 2배 인정받아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와 협약 재창업에 힘 보태

지난 2019년 출범한 재단법인 경청(이사장 장태관)은 아이디어, 저작권, 기술 분야 등에서 권리를 탈취당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된 민간 공익법인이다. 중소기업에 무료법률대리, 무료법률 자문과 함께 언론 연계 이슈 대응, 행정기관 연계 행정조사, 조정기관 연계 조정, 입법기관 연계 국회 청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청은 모든 중소기업에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유용 사건의 경우 권리회복, 행정과 입법기관과 연계된 지원업무 및 언론 연계 이슈에 이르기까지 피해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구제 업무를 지원한다. 작년에는 공익에 뜻을 함께하는 전문 변호사들이 참여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국내 최초로 징벌적 손해배상 2배의 판결을 받아내 크게 주목을 받았다.

경청은 2019년 출범한 민간 공익법인으로 아이디어와 저작권, 기술 분야 등에서 권리를 탈취당한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경청 사진제공)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SJ이노테크는 경청과 제휴 공익변호사 등의 지원을 받아 한화를 상대로 한 기술탈취 항소심 재판에서 승소하였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리는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분쟁에서 이례적으로 승소한 귀한 사례다. 대기업의 대형 로펌에 맞선 법정 다툼에 승소하고,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2배가 적용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SJ이노테크는 손해배상 민사소송과 별도로 공정위 형사 고발 건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다.

경청은 이처럼 법률지원과 행정연계 지원 등을 통해 기술탈취를 당한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작년에는 국회에 여러 차례 제도개선을 제안해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던 ‘상생협력법’이 도입되는 데 힘을 보탰다. 상생협력법은 기술유용 사건에서 입증책임완화,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3배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내용을 담았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상생협력법은 피해 배상 산정 기준에 대해 기술자료의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사용료’로 규정했다. 한데, 합리적인 사용료라는 개념이 모호해 중소기업이 입증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법원의 재량에 따라 손해배상을 정하고, 기존 판례를 따라갈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현재 기술의 시장 가격을 알 수 없으면 기존의 시장 가격보다는 높게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청은 3배수 징벌적 손해배상도 현실적으로 피해 기업을 구제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경청의 법률지원단장 박희경 변호사는 “최대 3배수로 규정돼 있으면 재판관이 실제 판결에서 최대 배상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를 들며 “최소 ㅁ3배수 배상으로 실제 처벌을 강화하고 배상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조계에서는 피해 중소기업에 실효적인 보상 방안 중 하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두는 과징금 일부를 피해 기업에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기술유용 기업이 처벌을 받아도 피해 기업은 민사소송으로 보상받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과징금 일부를 피해 기업에 주는 ‘불공정거래 피해 지원 기금법’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청은 국회 등 여러 관계기관의 협의 체계를 갖추고,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등을 통한 소상공인의 경영 활동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경청 사진제공)

그동안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해 권리구제에 매진한 경청은 올해는 소상공인에 유익한 법률 정보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저런 부담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하던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등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소상공인의 경영 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참이다. 이를 위해 여러 관계기관과 협의 체계도 갖춰 도움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청은 실패를 경험한 중소기업의 재도전을 지원하는 무료법률 지원 및 재도약을 위한 사회적인 환경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회장 유희숙)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재도전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개선과 입법 활동 등에 관한 법안 및 캠페인 활동을 지원하고, 재도전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함께 뛰고 있다.

실패 중소기업의 경우, 사회적인 편견으로 새로운 도전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파산 신청에도 상당한 시간적, 금전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재도전 중소기업에 무료법률 자문 및 법률대리 지원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동력이고, 창업 생태계 구축에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 꼽힌다.

앞으로 재단법인 경청은 사회적 약자나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활발히 추진하면서 공익사업의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장태관 이사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다양한 지원정책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제도가 충분치 않은 빈 곳은 정부에 정책제안을 하거나 제도개선을 요구함으로써 법률 대응을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기술탈취 및 지식재산권 등과 관련해 상담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재단법인 경청 홈페이지 ‘무료상담신청’에서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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