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가 말만 안 탔더라면" 최서원, 박근혜에게 '스승의 날' 옥중 서신

입력
2022.05.19 09:10
새 정부 출범 닷새 만에 써서 딸 정유라 통해 전달
"취임식 참석한 박근혜... 국민 통합 메시지"
윤석열 정부서 명예 복권 기대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일은 억울한 투옥 없애는 것"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옥중 편지를 보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18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최씨는 "죄스럽고 고통스럽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어떤 국민이든 억울하게 투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두 장 분량의 편지에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독일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드린 후 오랜 세월 동안 못 뵈었다"라며 "이제는 만나뵐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고 서신도 직접 전달이 어려울 것 같아서 저희 딸을 통해 이렇게라도 서신 드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독일 떠나기 전, 이런 무서운 일이 펼쳐져서 대통령님께서 수감되시고 탄핵되시는 일이 벌어질 줄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제가 곁에 없었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시지도 않았을 것이며, 훌륭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시고 국민들 기억에 오래 남으셨을 텐데"라고 자책했다. 또 "저희 딸 유라가 자기가 말을 안 탔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에 가슴이 메이고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라며 박 전 대통령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새 정부에서 박 대통령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교도소에서 봤다는 최씨는 "박 대통령께서 역경의 탄핵을 당하시고 4년 넘게 수감생활을 통한 건강 이상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취임식에 참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 무언의 메시지는 국민 통합이고 화합을 바라시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석했다.



"새 정부에서 박근혜 명예 찾아줄 것" 기대


그는 "재판에 저랑 박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로 엮어 뇌물죄로 기소한 그 당시 수사팀들도 이제 박 대통령의 그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나서서 박 대통령님이 명예를 찾아주는 길에 나설 것이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하게 된다'라고 밝히셨듯이 박 대통령님의 침해되었던 날들도 되찾으시길 바란다"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님께서 취임식에서 보여주신 통합과 화합의 길에 많은 국민들이 함께 해주시리라 생각한다"라며 "이제 부디 남은 삶 명예를 되찾으시고 진실이 밝혀져 편안한 삶을 사시길 기원드린다. 앞으로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들과 달성 사저의 주민분들과 함께 행복하시길 바란다"라고 글을 맺었다. 편지 하단에는 "2022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드립니다"이라고 적혀있다.

최 씨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비선 실세로 지목되며 구속기소돼 지난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 벌금 200억 원을 확정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