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예약했는데 사흘 전 취소라뇨" 중앙박물관 휴관에 관람객들 '당혹'

입력
2022.05.19 07:10
국립중앙박물관 "21일 휴관" 통지
대통령실 "한미정상 만찬 중앙박물관에서 개최"
예약 취소에 관람객들 "멋대로 변경"
"박물관서 취식 안 돼" 비판과 동시에
"기품 있는 만찬 될 것" 기대 드러내기도

"이런 중요한 변경사항을 3일 전에 알려 주다니 퍽이나 민주적이다."

18일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21일 관람 예약분을 일괄 취소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볼멘소리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만찬이 예정돼 부득이한 휴관이지만, 당일 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한 누리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박물관은 홈페이지에 "21일 국가중요행사로 인해 기획전시실을 제외한 모든 시설에 대해 임시 휴관을 실시할 예정이다"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도 오후 2시 30분까지만 입장 가능하고 오후 4시 30분부터는 문을 닫는다. 해당 공지는 박물관 SNS에도 게재됐고, 관람 예약자들에게도 문자로 전송됐다.

박물관 측은 관람이 취소된 경우 22일부터 8월 28일까지 원하는 시간에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 트위터 이용자(fe*********)는 "다른 회차에 가서 볼 수 있다지만 그만큼 관람객이 늘어날 거고, 다른 시간에 갈 수 없는 사람은 어쩌라는 거냐"며 "'국가 중요 행사'로 인해 (관람 일정이) 멋대로 변경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만찬 개최 사실을 모르는 트위터 이용자(xx********)는 "무슨 국가 중요행사를 하길래 휴관이냐. 이게 언제 예약한 건데 취소냐"라고 황당해 했다. "청와대 영빈관을 썼으면 됐다"(yb******)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탓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예약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날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박물관에서 취식 안 돼" VS "품격 있는 만찬 될 것"

이날 SNS상에는 "박물관에서 취식이 가능하나"라는 문제제기도 더러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2년 3월 김윤옥 여사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배우자들을 초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만찬을 열었던 전례도 회자됐다.

당시도 '유물 보호를 위해 빛과 온도, 습도 등을 엄격히 통제하는 전시실에서 냄새 피우면서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밀폐된 벽부장(벽에 붙인 진열장)에 유물을 전시했기 때문에 훼손될 우려는 전혀 없다"며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주요 박물관들도 전시 공간을 만찬 등 다양한 행사에 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만찬은 전시가 없어 비어 있던 제1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는데, 귀빈들을 위해 도자기, 목가구, 병풍, 장신구 등을 벽부장에 진열했다. 그보다 앞서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만찬이 열렸다.

우리 문화재들을 소개할 기회이자 그 아우라 덕분에 만찬장에 기품이 더해질 거란 주장도 나왔다. 스포츠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집***)는 "여기 1층 전시장 대박인데. 2층 올라가서 금동미륵반가사유상 한 번 보면 숨이 멈출 텐데"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21일 오후 7시부터 우리 측 50명, 미국 측 30명이 참가하는 공식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다고 이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윤석열 정부의 첫 외빈 공식만찬 장소가 된 것이다. 만찬은 1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 로비와 전시실 사이로 뻗은 '역사의 길'에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찬 전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나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사유의 방'을 관람할 가능성도 나온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