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예멘 내전으로 2016년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가 인도적 체류만 허가받았다. 인도적 체류자는 1년에 한 번씩 체류자격을 연장해야 한다. 한국어가 취약한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공장을 소개해준 취업 브로커가 자신을 도와줄 것으로 믿었다. 독립된 주거지는 없었지만, 공장 기숙사에 머물고 있으니 문제 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A씨는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브로커가 허위 주소지가 기재된 서류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2017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8차례에 걸쳐 허위 주소지가 기재된 임대차 계약서를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브로커와 공모해 난민신청 제도를 악용할 목적으로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했다고 봤다. A씨는 그러나 공장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거짓 서류를 제출할 이유가 없고, 한글을 몰라 제출 서류가 허위인지 몰랐다고 반박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공장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상황에서 거주지를 허위로 기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대전지법 형사3부(부장 문보경)는 최근 A씨가 △한글이 취약한 점 △공장 기숙사에서 계속 체류해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할 근거가 부족한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를 법률 지원한 홍석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인도적 체류자 가운데 A씨처럼 취업 알선업체들이 작성한 허위 주거 계약서로 인해 과도한 벌금을 물고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거나 형사재판을 받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며 "한국어가 취약한 인도적 체류자들을 위해 출입국사무소에서 행정절차를 개선하거나 언어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