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내년엔 더 오를 수도"… '곡소리' 밥상물가 만성화 경고등

입력
2022.05.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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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공급 차단에, 절대 생산량도 줄어들 판
하반기 곡물수입단가 계속 상승 전망
"비싼 곡물시대 들어서고 있다" 진단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크게 오른 밥상물가 부담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고공행진 중인 국제 곡물가격이 각종 악재로 더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자칫 수년간 이어질 수 있는 곡물가 인플레 장기화를 경고하고 있다.

17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곡물수입 단가지수(식용·171.7)는 2분기(159.9)보다 7.4% 더 오를 전망이다. 1분기보다 11.3% 뛸 것으로 보이는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곡물수입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3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가격 역시 2분기보다 6.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입단가지수는 2015년 가격을 100으로 놓고 분기별 곡물수입가격을 지수화한 지표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서 값싼 곡물시대가 끝나고 비싼 곡물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1분기만 해도 곡물수입 단가지수는 식용 100.6, 사료용 99.8 수준으로 2015년과 비슷했지만, 불과 1년 사이 크게 오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급등세가 아직 ‘전초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식량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곡물공급 감소는 앞으로 상당기간 곡물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인도의 밀 수출 금지 등이 생생한 사례다.

여기에 절대 생산량 감소도 상당기간 불가피하다. 세계 5위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농업은 전후 복구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렵다.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을 러시아산 곡물도 상당기간 국제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게 뻔하다. 올해는 옥수수도 주요 생산국인 미국의 기상악화로 파종 면적이 감소했는데, 여기에 세계 비료의 20%를 생산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일반적인 전 세계 농작물 작황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

밀·옥수수 등 기초곡물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료로 하는 식품이나 사료 값도 덩달아 오른다. 특히 사료용 곡물가격 상승은 곧장 육류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연쇄 파동은 생산 기간이 비교적 짧은 계란 값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특란 30구 소매가격은 평균 6,959원(16일 기준)으로, 7,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통상 국제 곡물가격은 3~7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국내 곡물·축산물 물가는 하반기에도 계속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은 물론, 가공식품 물가도 2012년 2월(7.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게 치솟은 지난달(7.2%)보다 상승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곡물 비축량(중국 제외)도 밀은 소비량의 10%, 옥수수는 20%에 불과해 곡물 생산이 줄어들 경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수입 물가를 높이는 고환율 현상까지 감안하면, 국내 밥상물가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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