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적당히 하는 법을 모르는’ 한 편집자가 있습니다. 오직 연필로만 글을 쓰는 작가의 원고를 받기 위해 매번 그의 작업실을 찾아갑니다. 작가가 보는 앞에서 그의 육필을 일일이 타이핑으로 옮겨 적어요. 쑤셔 넣듯 어지럽게 남겨진 메모들,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급하게 흘려 쓴 글자들을 꼼꼼하게 해독합니다. 이렇게 수고스러운 시간을 쌓아 만든 책이, 바로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입니다.
그런가 하면 10년 동안 한 작가에게 끈질긴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답장의 내용은 언제나 정중한 거절. ‘언젠가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가능성에 느슨한 희망을 걸고 버티죠.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덕심의 힘으로 말입니다. 일편단심 편지를 보낸 세월이 10년을 훌쩍 넘긴 어느 날, 이번엔 작가에게서 좀 다른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만화가 최규석, 연상호의 역작 <지옥>입니다.
작사가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부터 소설가 김훈의 <연필로 쓰기>, 배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작가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 아티스트 김소윤의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그리고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까지.... 한때 서점가의 에세이 코너를 휩쓸었던 이 ‘베스트셀러’들은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방망이 깎는 장인’처럼 무려 16년째 에세이의 재미를 섬세하게 조각해 온 편집자 이연실(38)씨의 손에서 말입니다.
작가들 사이에서, 그리고 책을 만드는 동료 사이에서 그는 도무지 ‘적당히 할 줄 모르는’ 편집자로 정평이 나 있어요. 연실씨는 자신이 만드는 책에 ‘어떤 마음’을 흐르고 넘치게 콸콸 퍼붓거든요.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뭔가를 좋아하는 능력 역시 재능의 영역이라면, 연실씨는 그야말로 타고난 천재입니다. 덕질 한 번 시작하면 ‘끝장 볼 듯이 하는’ 친구들, 주변에 한 명씩 있지 않나요? 연실씨는 그런 이들 사이에서도 ‘가장 유별난 덕후’였다고 해요. 그 남다른 덕후 감각으로 배우 하정우에게서 ‘걷는 사람’이라는 개성 있는 타이틀을 뽑아냈고, 거장 김훈의 산문집에선 ‘라면을 끓이며’라는 감각적인 제목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뿐인가요. 이름조차 생소한 벨라루스 출신 작가의 책을 만들기 위해 ‘겁도 없이’ 장장 2년의 대장정에 뛰어들기도 하죠. (이 책은 출간일로부터 보름 후, 기적처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연실씨의 책들을 손에 들면, 과연 ‘좋아하는 마음’의 싱싱한 탄력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아, 분명 이건 사랑의 힘이구나” 싶어요.
‘오버한다’ ‘유난 떤다’. 연실씨가 살면서 평생 자주 들어온 말이라고 해요. 어쩐 일인지, 그는 이 말들이 그저 ‘힐난’처럼 들리진 않았다고 합니다.
‘적당히를 모른다’는 말은 오히려 상찬이에요. 오버할 마음으로 덤벼야만 차원이 다르게 멋진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그는 직접 경험해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래요. 남들보다 좀 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있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그는 오늘도 기세 좋게 유난을 부립니다. 서태지 보겠다고 학교 담을 넘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뭔갈 열심히 좋아하고 있는 연실씨는 굳게 믿는대요. 열광하는 마음엔 반드시 폭발적인 동력이 생긴다는 사실을요.
편집자는 작가가 마음껏 제 이야기를 펼쳐 보일 무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 앞에 관객들을 끌어오기 위해 화려한 네온사인을 달기도 하고요. 큰소리로 호객에 나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백스테이지의 어둠 속에 머물 뿐이죠. 그 존재가 좀처럼 ‘티’가 나질 않아요. 이토록 티 안나는 일을, 이토록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니 연실씨에게 편집자란 ‘타고난 천직이었나’ 보다 싶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그는 편집자가 뭘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생계의 풍파 앞에서 작가의 꿈을 접고 ‘돈 벌자’며 출판사에 들어왔다고 해요. 가고자 했던 길이 죄다 줄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선택한 우회로였던 셈입니다. 근데, 거기서 본 풍경이 너무 멋졌던 겁니다. 포기한 길들에 대한 미련이 ‘영영 사라져 버릴 만큼’이요.
16년 동안 일해온 문학동네의 품을 떠나, 문학동네의 임프린트 브랜드인 출판사 ‘이야기장수’를 차린 이연실 편집자를 파주와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스무 살, 연실씨는 ‘마침내 그날이 왔다’고 생각했답니다. "사범대가 낫다"는 담임의 만류에도, ‘일편단심 국문과’를 외치며 대학에 입학한 순간, 신춘문예라는 ‘작가 등용문’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웬걸, 날고 기게 잘 쓴다는 선후배들의 글 옆에 나란히 놓인 자신의 글은 초라했습니다. “매일매일 괴로워하기만 하고, 제대로 치열하게 써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바라던 신춘문예에 작품을 낸 적도 없거든요.” 자신이 보기에도 성에 차지 않는 재능을, 굳이 확인 사살까지 받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가 큰 빚을 얻어 차린 식당이 기울어 버린 겁니다. 당장의 ‘밥벌이’가 급해졌죠.
연실씨는 자신에게 ‘형벌을 내리듯’ 출판사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책벌레로만 20년, 국문과 학생으로 4년을 살았으니, ‘교정’ 하나는 눈감고도 해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기왕이면 큰 데에서 딱 1년만 눈감고 다녀. 악착같이 돈 모아서 튀자. 그리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 그렇게 문을 두드린 곳은, 연실씨의 책장에서 가장 지분이 높았던 출판사, ‘문학동네’였습니다.
책을 만드는 세계는 연실씨의 상상과는 딴판이었습니다. 편집자가 일하는 풍경이란 무릇, 교정지에 고개 박고 조용히 씨름하는 풍경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죠. 어디를 둘러보나 다 전쟁터였습니다. 디자이너는 글자 사이의 자간, 손톱만 한 쪽수 폰트를 놓고 밤을 새우며 고민했고, 마케터들은 한 권이라도 더 팔 ‘판’을 벌이기 위해 발바닥이 닳도록 동분서주하고 있었죠. 쉼 없이 돌아가는 인쇄기의 열이 숨막히게 작열하는 인쇄소에서는 기장님들이 굵은 땀방울을 훌훌 훔치고 있었습니다.
“편집자는 총괄 디렉터니까요. 책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람. 영화로 따지자면 감독인 거죠.” 작가, 디자이너, 마케터, 그리고 편집자.... 각자의 은하계가 모여 책이라는 우주를 이뤄내는 이 벅찬 광경을 바라보며, 연실씨는 말끔히 잊고 맙니다. ‘1년 바싹 벌고 튀겠다’던 그 비밀스러운 다짐을요.
가슴이 뛰었던 것도 잠시, 입사 두 달이 채 안 됐을 무렵, 연실씨는 신설되는 ‘비소설’팀으로 가게 됩니다. 글로 하는 장르 중에 ‘소설만이 최고’라 생각했던 그에게 그건 곧 좌천이었죠. “사실 전 에세이가 싫었어요. 대학 때 소설 쓰는 법을 배울 때도, ‘산문을 쓰면 이야기꾼의 재능이 빠져나간다’고 했거든요. 읽지도 말고 쓰지도 말아야 한다고.” 게다가 아닐 비(非)자가 떡 하니 붙은 팀이라니, 이마에 ‘넌 아니다’라는 딱지가 붙은 거 같았답니다.
“잔뜩 부루퉁해서 갔는데, 선배가 이러는 거예요. 비소설을 하다 보면, 어떤 책이든 다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반대는 어렵다고.” 일을 하다 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어떤 원고를 다루건 편집자가 파고 들 수 있는 여지가 많았거든요. 소설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요. 글의 순서를 바꾸거나, 새로운 원고를 넣어 구성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었고요. 만나는 저자들마다 직업, 연령, 살아온 이력까지 다 천차만별이었으니 만들 수 있는 책의 모양과 형태도 무궁무진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만화가, 배우, 가수, 정치인, 간호사, 직장인, 교수에 작사가까지.... 생소한 직업인들의 일상 한복판에 끼어들어 그들의 삶에서 가장 펄떡이는 순간을 건져 올리는 건, 도저히 질리지 않는 모험이었거든요.
과거의 연실씨는 몰랐습니다. 평생 소설만 읽어왔던 소설가 지망생이 ‘잡문’이라 불리는 에세이의 바다를 만나 이토록 신명나게 헤엄치게 될 줄은요. 해 보기 전까지 몰랐던 재미, 돼 보기 전까지 몰랐던 천직이었던 겁니다.
연실씨는 열세 살 무렵부터 동네에서 이름 난 ‘서태지 광팬’이었다는데요,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핀잔을 줬다 해요.
연실씨는 궁금했대요. 뭔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마음, 재고 따지지 않고 쏟아붓게 되는 그 마음은 왜 항상 ‘손해 보는 장사’ 취급을 받는 걸까. 왜냐면 연실씨는 바로 그 마음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거든요. 남들은 ‘그거 안 돼’하고 절레절레 고개 젓는 일조차도, 있는 수 없는 수 다 동원해서 기세 좋게 밀어붙여버리는 힘, 그 힘이 ‘좋아하는 마음’에서 나왔거든요.
사람들은 연실씨한테 자주 물어요. “그런다고 회사가 알아줘? 왜 그렇게 오버해?” 맞아요. 누가 보면 “워라밸 챙길 줄 모르고 피곤하게 산다” 싶겠죠. 하지만 연실씨에게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 곧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제가 세상 밖에 벌여놓은 책들이 저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요.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고 지탱해 줄 내 삶의 기둥. 회사는 수단뿐일 수 있어요. 근데 일은 수단일 수 없죠. 내가 하는 일은 곧 나의 정체성이니까. ‘워라밸’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저는 일과 삶이 무 자르듯 나눠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삶 안에 ‘일하는 내’가 있는 거니까.”
‘좋아하는 마음’을 억지로 이식해 스스로를 착취하며 ‘노오력’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의 주인이 맞는지요.
물론 연실씨에게도 좋아하는 마음이 ‘무한으로 솟는 화수분’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랑하는 만큼, 더 쉽게 상처를 입기도 하죠. "과하게 티 낸다"는 무심한 험담에 마음을 다칠 때마다, 책의 성과가 마음처럼 나지 않아 회사 내 입지가 좋지 않았을 때마다 그는 김이나 작사가의 말을 떠올린대요.
“일터에서 힘들 땐, 나를 힘들게 하는 게 과연 ‘일 자체’인지 사람이나 상황인지 물어봐요. 일 바깥의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면, 동그랗게 굴려서 작게 또 작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날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조그맣게, 언젠간 끝날 마감의 압박도 조그맣게. 그렇게 작게 만들어 시야에서 치워버리고 나면, 다 흘러가요. 그렇게 16년을 버텼죠. 오래 버티다 보면 적장의 머리가 강물에 둥둥 떠밀려 오는 모습도 보게 되거든요? 쉽게 탓하고 떠넘기며 일하는 사람들은 다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제가 만든 책들은 남았죠.”
연실씨가 쫓는 원고엔 확고한 원칙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새로워야 한다’는 겁니다. 연실씨는 뻔한 성공서사로 번드르르한 인물이나 흥행 신화의 뒷이야기엔 대체로 관심이 없어요. 다 ‘아는 맛’이거든요. 좀 울퉁불퉁하고 매끈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몰랐던 맛’을 쫓습니다.
“제가 편집자로서 경계하는 원고는요. 비슷한 소재와 형식을 답습하는 ‘유명 작가’의 원고예요. 분명 내기만 하면 많이 팔릴 것 같지만 예전 책이랑 똑같다? 그럼 안 하고 싶어요. 반복하다가 망하는 게 제일 창피한 수치거든요. 자기 복제에 열중하다 보면 소진될 수밖에 없으니까.”
올해로 경력이 16년차지만, 연실씨는 일이 하나도 쉬워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이 매번 어려운 이유는, 매번 ‘새롭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충 해도 중간은 가는 공식’을 되풀이하지 않기 때문에. 연실씨가 만든 출판사 이야기장수의 첫 책 <전쟁일기>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해 본 적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해요.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쫓기고 있는 우크라이나 작가를 찾아 낸 것도, 그가 실시간으로 전송해 주는 육필 그림을 받아 보름남짓만에 책을 만들어 낸 것도, 급한 일정에 쫓기다 스트레스로 이가 3개나 빠져버린 것도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죠.
“너무 어렵지만, ‘호쾌한 역전’이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에세이 만드는 일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편집자가 치열하게 준비해 대중의 마음을 겨냥하는 ‘한 끗’을 찾아낸다면, 무명의 작가더라도 첫 책에서 10만 부 이상을 파는 홈런을 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연실씨는 ‘숙련된 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요. 베스트셀러 코너를 자주 돌아봅니다. 때론 노골적인 속물성에 눈살이 찌푸려지거나, 조악한 만듦새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꿋꿋이 봐요. 일년에 책을 딱 서너 권 정도 사는 보통의 취향을 가진 대중의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역시 대중은 보는 눈이 낮아’ 하며 돌아서면, 영영 그들에게 말을 걸 수 없을 테니까. ‘방송에 소개됐으니까, 유명인이 썼으니까 많이 팔렸겠지’ 대강 넘겨짚으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뇌관을 짚어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들에게 ‘말을 걸겠다’는 마음으로, 연실씨는 오늘도 작가의 편에만 설 때, 잊기 쉬운 질문을 떠올립니다. 네가 심드렁한 독자라면 이 책에 눈길을 주겠느냐고, 기꺼이 이 책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겠느냐고. 편집자는 작가의 대변인이 아니라, 독자의 대변인이기도 하니까요.
연실씨는 최근 16년을 일한 문학동네의 품을 떠나, ‘임프린트(출판사에서 유능한 편집자에게 별도의 하위 브랜드를 내주는 제도)’로 출판사 ‘이야기장수’를 차렸습니다. ‘이야기장수’는 연실씨의 지난 16년 직업 인생의 정체성이 고농도로 응축된 작명입니다.
“시장에서 상인들 모습 구경하는 걸 엄청 좋아해요. 박수치고, 고함을 지르며, 사람들을 불러모아 단돈 천 원짜리 조그만 물건 하나도 귀하게 파는 광경 앞에 서면 절로 숙연해져요. 그런 상인들은 장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장수는 ‘전장에 나가 앞서 싸우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앞에 나서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 어떤 장수든지 좋아요. 이야기를 위한 ‘장수’가 되고 싶어요. 이야기를 지키는 사람이자, 파는 사람, 또 이야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
장수의 기본 자질은 ‘좋은 물건을 기막히게 파는 것’이지요. 그래서 연실씨는 오늘도 ‘팔리는 이야기’를 찾아 나섭니다. 살갑게 말을 걸고 다정하게 손을 붙잡아 이끄는 이야기를요.
“하루하루는 흘러가요. 사람도 흐르고, 이야기도 흐르고, 다 흘러가죠. 저는 좋아하는 게 많아서 간절하게 붙잡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거든요? 책을 만든다는 건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는 일이라 재밌어요. 게다가 그게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좋고요.”
스물둘, 작가가 되지 못한 자신을 자꾸 몰아세우고 타박하며 무너져 있었을 땐, 몰랐습니다. 자신이 책을 쓰는 것보다 만드는 일에 더 열광하게 될 줄은요. 연실씨는 그때의 자신에게 문득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집니다.
“네 꿈은 좌절되지 않았어. 미래의 너는 여전히 책의 세계에 머물고 있으니까.”
이따금씩 대학 시절 친구들이 묻기도 합니다. "다시 소설 쓰고 싶을 때 없어?" 연실씨의 답은 언제나 "아니, 없어"입니다. 미련이 없는 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일 겁니다. 작가라는 ‘정도(正道)’ 말고 더 찬란한 풍경이 있는 샛길, 편집자의 길을 찾았으니까요. 그의 장래 희망은 교정지 든 에코백 멘 ‘현직 할머니 편집자’라네요.
▶ 이연실 편집자의 일잼 포인트 확인하기 (관련기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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