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의 몰락으로 20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국내 1·2위 가상화폐 거래소는 최근 일주일간 최소 80억 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은 '루나 사태'가 발생한 최근 일주일(9~15일) 동안 적어도 80억 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거래소는 당일 거래대금 및 수수료 수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거래량과 가격, 매수·매도 수수료(0.25%X2) 등을 감안해 추산해 보면, 이 기간 업비트의 수수료 수익은 약 43억 원으로 추정된다.
업비트의 일주일간 루나 거래대금은 8,600억 원으로, 이 기간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달보다 141만 배나 폭증했다. 지난 9일 77억 원에 불과했던 루나의 거래대금은 붕괴가 본격화된 11일 5,3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수수료 수익 역시 9일 3,800만 원에서 11일 26억 원까지 늘어났다.
루나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13일에도 거래대금이 1,900억 원에 이르면서 업비트는 9억6,000만 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루나가 1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단기 급등을 노린 투기적 거래가 급증한 결과다. 다만 이 추정치는 루나의 당일 종가에 거래량을 곱한 것으로, 실제 수수료 수익은 이보다 클 수 있다.
높은 수익을 올린 건 빗썸도 마찬가지다. 빗썸의 같은 기간 수수료 수익은 약 37억 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빗썸은 업비트와 달리, 통상 거래대금이 더 많은 원화마켓에서 루나를 운영했다는 점을 감안해 9·10일 거래대금을 제외하면, 빗썸의 수익은 25억 원으로 업비트(38억 원)의 66% 수준이다. 빗썸 관계자는 “할인 쿠폰을 사용하면 수수료가 최대 0.04%까지 낮아지기 때문에, 실제 수수료 수익은 이보다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거래소들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업비트는 다른 거래소와 달리, 이번 루나사태에서 입출금 거래를 중단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거래량이 더 몰려 투기가 발생할 환경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업비트 관계자는 “가격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통일된 투자자 보호 방안이 부재한 점은 계속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외 거래소들이 자체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은 내놓고 있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국내 거래소들이 최소한의 룰을 설정하는 것이 가상화폐 업계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