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이 동물쇼에 동원하던 원숭이를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퍼시픽리솜은 지난달 국제적 멸종위기종 큰돌고래 두 마리를 다른 돌고래 체험시설에 무단 반출한 바 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는 16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퍼시픽리솜 사육 환경을 조사한 결과 열악한 환경 속 원숭이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적절한 치료와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퍼시픽리솜은 원숭이에게 옷을 입혀 철봉에 매달리기, 구르기, 물구나무서기를 하게 하는 등 원숭이쇼를 해오다 지난해 12월 말 수족관 문을 닫으면서 중단했다. 현재 퍼시픽리솜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일본원숭이 다섯 마리가 지내고 있다.
동자연에 따르면, 원숭이 다섯 마리는 공간 외곽을 돌거나 사육사가 드나드는 문 근처를 맴돌며 문고리를 흔드는 등 정형행동(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였다. 또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고 매우 마른 상태였으며 피부병 등을 앓고 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동자연은 해당 행위가 '야생동물을 보관∙유통하는 경우 질병 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8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현장을 방문한 이진아 동자연 활동가는 "해당 전시장은 두 마리, 세 마리로 분리 사육되고 있었는데 한 곳에는 아예 물그릇조차 없었다"며 "시설 내 열린 틈 사이로 악취가 새어 나왔다. 창문 잠금장치도 전시장 주변에 떨어져 있는 등 원숭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호반그룹은 쇼에 이용된 돌고래의 죽음, 돌고래 무단 반출 행위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반생태적 행태를 지속하며 침묵하고 있다"며 "원숭이 방치 및 학대 행위를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사육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퍼시픽리솜은 해당 시설이 환경부의 일본원숭이 시설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퍼시픽리솜 동물 분야를 총괄해 온 고정학 퍼시픽마리나 대표는 "원숭이 시설이 열악하다는 지적에 따라 수년 전 많은 비용을 들여 원숭이 사육 시설을 새로 지었다"며 "개체당 면적시설이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장을 닫은 이후 원숭이들의 갈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진 않다"며 "이들의 복지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퍼시픽리솜은 큰돌고래 두 마리를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신고하지 않고 거제씨월드에 양도한 것이 드러나 과태료를 냈다. 현행 야생생물법에 따라 큰돌고래의 경우 양도·양수 시 관할 환경청에 신고해야 한다. 또 거제씨월드는 큰돌고래 두 마리의 양수 사실을 해당 환경청에 신고하지 않고, 정기 현장 점검 도중 이를 숨긴 게 드러나 낙동강유역환경환경청으로부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