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퍼시픽리솜, 돌고래 무단 반출 이어 원숭이 방치 논란

입력
2022.05.16 17:30
동물자유연대,  "원숭이 치료와 시설 개선 시급"
퍼시픽리솜 "환경부 기준 맞춰... 면적 시설 충분"

제주 서귀포시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이 동물쇼에 동원하던 원숭이를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퍼시픽리솜은 지난달 국제적 멸종위기종 큰돌고래 두 마리를 다른 돌고래 체험시설에 무단 반한 바 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는 16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퍼시픽리솜 사육 환경을 조사한 결과 열악한 환경 속 원숭이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적절한 치료와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퍼시픽리솜은 원숭이에게 옷을 입혀 철봉에 매달리기, 구르기, 물구나무서기를 하게 하는 등 원숭이쇼를 해오다 지난해 12월 말 수족관 문을 닫으면서 중단했다. 현재 퍼시픽리솜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일본원숭이 다섯 마리가 지내고 있다.

동자연에 따르면, 원숭이 다섯 마리는 공간 외곽을 돌거나 사육사가 드나드는 문 근처를 맴돌며 문고리를 흔드는 등 정형행동(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였다. 또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고 매우 마른 상태였으며 피부병 등을 앓고 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동자연은 해당 행위가 '야생동물을 보관∙유통하는 경우 질병 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8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현장을 방문한 이진아 동자연 활동가는 "해당 전시장은 두 마리, 세 마리로 분리 사육되고 있었는데 한 곳에는 아예 물그릇조차 없었다"며 "시설 내 열린 틈 사이로 악취가 새어 나왔다. 창문 잠금장치도 전시장 주변에 떨어져 있는 등 원숭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호반그룹은 쇼에 이용된 돌고래의 죽음, 돌고래 무단 반출 행위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반생태적 행태를 지속하며 침묵하고 있다"며 "원숭이 방치 및 학대 행위를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사육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퍼시픽리솜, "환경부 기준 충족... 문제없다"

퍼시픽리솜은 해당 시설이 환경부의 일본원숭이 시설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퍼시픽리솜 동물 분야를 총괄해 온 고정학 퍼시픽마리나 대표는 "원숭이 시설이 열악하다는 지적에 따라 수년 전 많은 비용을 들여 원숭이 사육 시설을 새로 지었다"며 "개체당 면적시설이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장을 닫은 이후 원숭이들의 갈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진 않다"며 "이들의 복지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퍼시픽리솜은 큰돌고래 두 마리를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신고하지 않고 거제씨월드에 양도한 것이 드러나 과태료를 냈다. 현행 야생생물법에 따라 큰돌고래의 경우 양도·양수 시 관할 환경청에 신고해야 한다. 또 거제씨월드는 큰돌고래 두 마리의 양수 사실을 해당 환경청에 신고하지 않고, 정기 현장 점검 도중 이를 숨긴 게 드러나 낙동강유역환경환경청으로부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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