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새로운 앨범 제작에 불법 촬영과 여성 폭행 혐의로 재판 중인 가수 정바비(본명 정대욱)씨가 참여해 일부 팬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반면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팬들은 앨범 사지 말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향해 사이버 테러를 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된 곡은 6월 발매 예정인 '프루프(Proof)'의 10번째 트랙 '필터(Filter)'다. 정씨는 과거에도 '러브 메이즈(Love Maze)', '아임 파인(I’m Fine)', '홈(Home)' 등의 방탄소년단 노래에 참여한 적 있다.
누리꾼들과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정씨의 앨범 참여를 반대했다. 트위터에서 '#정바비_곡_불매', '#성범죄자_정바비곡_아웃', '#정바비곡_불매' 등을 검색하면 "가해자 변호 비용에 저작권료를 보태주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내 손으로 쳐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아미라는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 등의 반응을 볼 수 있다.
불매 명단이라며 과거에 정씨가 참여했던 노래 리스트를 공유하거나 소속사 하이브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내는 아미들도 있다. "소신 지키기 위해 앨범 취소했다"며 앨범 취소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일부 팬들은 불매 운동 움직임에 대해 "정바비 혼자서만 프로듀싱한 곡이 아니다", "방탄은 인권보호단체가 아닌 아이돌인데 왜 이런 문제까지 논란이 되어야 하냐"며 반박했다. 심지어 문제를 지적한 사람에게 협박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을 하는 이들까지 있다. 이 메시지에는 성적 모욕이나 인종 차별이 담겨 있었다. 일부 극성팬들의 무차별적 공격이 이어지면서 특정 욕설이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자 다른 아미들은 "정작 비난받을 사람은 따로 있는데 애꿎은 사람을 왜 비난하냐"면서 자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아티스트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팬심이 변질되고 있다"며 문제를 덮으려는 극성팬들을 지적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소속사 하이브는 이에 대해 어떤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다.
정씨는 가수 지망생 A씨와 성관계를 동의 없이 불법 촬영하고 그를 폭행한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유족이 그를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같은 해 불법 촬영과 폭행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 B씨가 나타나면서 A씨 사건까지 함께 수사에 들어갔다. 1차 공판에서 정씨는 "피해자도 촬영에 동의한 것"이라며 불법 촬영 혐의를 부인하고 폭행 혐의만 일부 인정했다. 올해 3월에 열린 2차 공판에서도 비슷한 주장으로 일관했다. 정씨의 3차 공판은 5월 25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