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놓인 윤석열 정부의 재정·통화당국 수장이 새 정부 출범 6일 만에 만나 정책 공조 강화에 나섰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물가안정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첫 공식 회동을 가진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양 기관의 긴밀한 협의 아래 최적의 정책 조합을 만들어 가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정책 신뢰성을 높여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돈줄 죄기에 나선 한은과 역대 최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정부 간의 ‘엇박자 논란’을 인식한 듯 정책 공조를 강조한 것이다.
최근 치솟는 물가와 관련해선 “민생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거시경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뛰었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등이 계속 되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선 만큼 이 총재는 물가 안정과 한·미 금리 역전 방지를 위해 “앞으로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빠른 속도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까지만 해도 “아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류세 인하 등을 이미 시행한 정부 역시 추가 물가안정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추 부총리는 “한은과 최상의 정책 조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포함해 다양하고 종합적인 물가안정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경 편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거란 우려에 대해선 “물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취약계층의 실질 소득을 받쳐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경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