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가 역대 최고인데…카타르서 100여척 예약받은 조선사 '속앓이'

입력
2022.05.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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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선가 저점에서 최고가로
발주가격 협상서 韓조선사 '불리'

국내 '빅3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적자 탈출이 시급한 조선업계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조선 3사는 2년 전 100여 척 규모의 LNG운반선 수주약정을 맺은 카타르와 최종 계약을 앞둔 상황인데, 2년 전은 선가가 바닥일 때라 당시를 기준으로 뱃값을 정할 경우 '밑지는 장사'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카타르서 날아온 24조짜리 대박 일감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6월 1일 카타르 국영 에너지회사와 LNG운반선 100척 이상을 건조하기 위한 슬롯 예약 약정서(DOA)를 체결했다.

카타르는 당시 천연가스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배 이상 늘릴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 한국 조선사들과 대규모 DOA를 맺은 것이다. DOA는 정식 건조 계약은 아니고 배를 만들기 위한 슬롯(도크)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절차다. 배를 만들 도크가 없으면 원하는 기간 안에 배를 인도받지 못하는 만큼 선주로선 DOA를 통해 일종의 선박 예약을 넣는 셈이다.

DOA 이후 그간 카타르의 선박 발주가 전무했는데, 최근 LNG운반선을 운항할 선사가 결정되면서 카타르와 국내 조선 3사가 LNG선 발주가격을 두고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도 예상 못 한 LNG선 선가 고공행진

카타르가 DOA 당시 2025년부터 차례로 선박을 인도받겠다고 한 점에 미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박 발주가 이뤄질 걸로 업계는 예상한다.

문제는 수주가격이다. DOA 체결 당시 공개된 LNG선 슬롯 계약 규모는 약 23조6,000억 원이다. 당시 카타르가 100척 이상을 주문한다고 밝힌 만큼 선박당 가격을 대략 2,300억 원 전후로 정한 걸로 추정된다.

DOA는 선제적인 도크 확보가 목표지만, 선주로선 선가 인상을 대비하는 측면도 크다. 선가가 오를 걸로 예상될 때 싼값에 미리 주문을 넣는 일종의 '옵션'과 비슷하다. 반대로 미래에 원재룟값이 대폭 떨어지면 미리 주문을 받은 조선사가 수주계약 때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LNG 가격이 뛰면서 LNG운반선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LNG운반선 가격은 2억2,500만 달러(2,889억 원)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2년 전 시세를 기준으로 원재룟값 상승분을 일부 반영해 수주가격을 정해도 조선사로선 손해가 불가피한 구조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선가가 바닥에 가까울 만큼 업황이 안 좋아 지금처럼 최고가를 찍을 걸로 누구도 예상 못 했다"며 "다만 초기에 손해가 나도 이후부터는 설계료 등의 비용이 빠져 전체 프로젝트 기준으로는 흑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국내 업계가 무작정 손해를 감수하며 수주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수주 물량이 기존 100척 이상에서 대폭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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