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사무총장 낙선' 강경화, 예산 5억 쓰고 2표 받았다

입력
2022.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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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지원하기 위해 5억 원 넘는 예산과 인력 20명을 투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전 장관은 이 같은 정부 지원을 받고도 단 2표를 획득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낙선했다.

공무원 20명 동원해 대규모 TF 꾸려

19일 외교부와 고용노동부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10월 1일 강 전 장관의 ILO 사무총장직 입후보 사실을 공개하며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11월 중순께 외교부 12명, 고용부 8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TF가 구성됐다. 외교부 1명, 고용부 2명은 4개월 넘게 강 전 장관 지원 업무만 전담했다.

TF는 외교부 3억5,700만 원, 고용부 1억6,940만 원을 합해 총 5억2,640만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별도 책정된 예산이 없어 관련 부서 예산 범위에서 지출이 이뤄졌다. 세부 사용 내역을 보면 '선거 지원을 위한 출장비'(4억9,355만 원)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홍보물 제작'과 '외부 회의실 사용료' 등도 포함됐다. 해당기간 직원들의 급여까지 고려하면 강 전 장관 지원에 10억여 원의 나랏돈이 사용된 셈이다.

56표 중 2표 얻어...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3월 25일 치러진 선거에서 강 전 장관은 1차에서 4표, 2차에서 2표를 얻는 데 그쳤다. ILO 사무총장은 이사회 정부그룹 정이사 28개국 대표 28명, 노동자그룹 정이사 14명, 사용자그룹 정이사 14명을 합쳐 모두 56명의 표결로 결정되는데, 정부대표는 물론이고 노동자나 사용자 측 모두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이런 결과가 예상됐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 4월 ILO 기본협약 3개를 뒤늦게 비준했을 정도로 '노동 후진국'으로 꼽혀온 데다 강 전 장관 개인의 노동 관련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그의 경험과 비전은 ILO 사무총장 직책과 한참 거리가 멀다"며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사무총장에 당선된 질베르 응보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총재는 ILO 사무차장을 역임했고, 다른 3명의 후보 역시 ILO나 노동부 장관 출신이었다.


장관 물러난 후 8개월 만에... "전임 장관 예우 아니냐"

강 전 장관에 대한 지원 결정은 외교부 예규에 따른 것이었다. 강 전 장관은 입후보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고 ILO 사무총장은 개인 자격으로 출마해 당선자의 국적국가가 아닌 개인이 직위를 보유하는 자리다. 정부는 이런 경우에도 예산과 인력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2019년 관련 예규를 제정했다. 국제기구선거조정회의라는 별도 절차를 신설해 △국가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도 △당선 가능성 △경합 정도 △여타 선거 입후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노동 관련 경력이 없는 인사가 ILO 사무총장에 당선된 전례가 있을뿐더러 강 전 장관이 당선될 경우 아시아 최초이자 여성 최초로 사무총장이 된다는 점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리적 결정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강 전 장관이 외교부 장관에서 물러난 후 8개월 뒤에 지원이 결정된 것인데, 선거조정회의 위원들 대부분이 장관 시절 임명된 사람들이었을 것"이라며 "전임 장관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 없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예규들이 강 전 장관 재임기에 제정됐다는 점도 공교로운 대목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해외 국가들을 보면 국제기구 수장을 배출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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