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 덜 가는' 전기차 시대 앞두고 "정년연장" 요구... 현대차, 올해도 교섭 가시밭길

입력
2022.05.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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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18일 첫 임단협 교섭
노조 파업 땐 생산 차질 심화 불가피
"노사가 합리적 절충안 찾아야"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산업의 '필수인력' 개념이 바뀌면서, 올해도 현대차 노사 협상 테이블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그간 내연기관 대량생산 체제의 주역이던 생산직 노조원들은 사측에 '고용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생산과정이 단순화되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연구개발(R&D) 인력이 더 중요해진 사측은 완강히 고개를 젓는다.

기술 발전 속에 갈수록 '잉여 인력'이 되어 가는 노조의 버티기와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생산직 인력을 줄여야 하는 사측의 계획이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한 현대차 노사의 충돌은 매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 '정년연장' 위해 파업할 수도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오는 18일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 첫 교섭에 나선다. 올해 노조가 내세운 임단협 핵심 요구안은 신규인력 충원과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안정이다.

앞서 2017년 모든 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자,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노조는 64세 정년연장을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올해는 일단 "만 61세로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는 노조원 구성과 관련이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원(지난해 기준 약 4만7,000명) 가운데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정년퇴직을 맞는 인력은 4분의 1이 넘는 1만2,600명에 달한다.

노조는 향후 전기차 전환에 따른 실직 가능성까지 감안해 노조원의 생계를 위해 사측이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강성으로 분류되는 안현호 노조위원장이 당선된 것도 이런 노조원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직 노조원 절반이 50대 이상"이라며 "정년연장은 이들의 이익을 위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만약 노조가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이르면 6월 말부터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측은 18일 경영설명회를 열고 회사 상황을 노조에 설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30만8,778대)은 1년 전보다 11.6%나 줄었다. 지난해 국내 공장 생산량(162만 대)도 2019년의 90% 수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파업까지 겹칠 경우 생산량이 더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지 못하면 친환경차 개발인력을 충원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세계 자동차업계, 생산직 줄이고 연구개발 인력 확충

반면 세계적으로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시대에 맞춘 인력 재조정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친환경차 판매량은 올해 1,380만 대에서 2030년 5,770만 대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해 3월 내연기관 공장 직원을 5,000명 감원하는 대신 전기차 개발 분야 직원을 추가 채용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사무직 4,000명을 해고해 확보한 재원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에 투자했다. 일본 도요타도 올해부터 신규 채용의 40% 이상을 친환경차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으로 채우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현대차 외에 기아와 한국GM 노조에서도 정년연장 목소리가 높다. 현대차의 경우, 전체의 50% 이상은 생산·정비 인력인 반면 연구개발 인력은 16%에 불과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이 500개가량 줄고, 친환경차 산업기술 인력이 지금보다 4만 명 정도 더 필요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업계 안팎에선 더 늦기 전에 우리도 현명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큰 혼란을 불러올 대규모 해고 대신 기존 생산인력을 전기차 인력으로 재교육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실제 지난달 일본 닛산자동차는 미국 공장직원 2,000명을 재교육해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특화 인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사가 상생하려면 사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노조는 다양한 직종으로의 전환 배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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