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과 '대화' 갈림길 놓인 북한... 정부, '코로나 백신' 지원 승부수 통하나

입력
2022.05.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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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담대한 제안' 없는 한, 北 호응 안 할 듯"
미사일 시험은 계속, '핵실험'은 시기 저울질

북한이 ‘도발’과 ‘대화’의 기로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수십만 명이 이미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는 즉각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지원 방침을 밝히는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화 물꼬를 틀 호기로 삼는 분위기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보건 지원을 받으려면 그간 유효한 협상 카드로 삼았던 핵ㆍ미사일 도발에 균열이 날 수밖에 없어 김정은 정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루 만에 1만8,000명 발열... 진원지는 '열병식'

북한은 13일 구체적 코로나19 확산 규모를 공개했다. 확산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첫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린 지 하루 만에 1만8,000명의 신규 발열자가 나왔고, 현재까지 18만7,800명이 격리됐다. 누적 사망자도 6명이나 된다. 격리 인원 중 얼마나 확진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북한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0%인 데다, 유전자증폭(PCR) 및 자가진단키트 등 의료품도 전무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감염은 이미 수십만 명을 헤아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전파력에 센 ‘BA.2(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러스 진원지는 열병식 등 4월 ‘대규모 정치 행사’가 확실하다. 통신은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폭발적으로 전파됐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역대급 규모로 치러졌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90주년 기념 열병식 준비 및 행사 기간과 일치한다. 김정은 체제 선전과 충성심 고취를 위해 마련한 대형 이벤트가 코로나19 확산의 방아쇠를 당겨, 오히려 민심 이탈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실제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대북 매체들은 벌써부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도시 봉쇄로 상점 이용과 모임 등이 금지돼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생각보다 심각"... 아직은 반응 떠보기

백신 등 방역 지원을 매개로 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은 그래서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단언했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바이러스 확산세를 잠재우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국내 여건도 우호적이다. 국내 백신 수요도 맞추기 어려워 대북 지원에 앞서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현재 비축한 코로나19 백신은 1,466만여 회분에 이르고, 올해 안에 잔여 백신 계약물량 1억4,000만 회분도 전부 들어올 예정이다. 또 백신 2ㆍ3차 접종 비율이 인구 대비 각각 86.8%, 64.7%이나 돼 제공 여력은 충분하다.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한 것도 아직 백신 제공 등에 미온적인 미국을 설득해 남ㆍ북ㆍ미 간 소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직은 남북 모두 ‘동상이몽’ 단계에 불과하다. 대통령실은 “구체적 지원 방안을 북측과 협의하겠다”면서도 “정식 루트를 통해 지원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방역체계가 완벽하다고 발표했는데, (우리가) 논의를 시작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원 가능성은 열어두되, 북측의 호응이 먼저라는 얘기다. 앞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조선(북한)의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졌다”면서 아직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뒤 오히려 내부 통제를 강화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좋지 않은 신호다. 정대진 강원 원주 한라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담대한 계획’에 걸맞은 통 큰 지원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한 북한이 협의에 응할 확률은 낮다”고 분석했다.

"준비는 끝냈다"... 핵실험, 코로나 여파는?

북한이 독자 방역 의지를 공고히 하면서 도발 스케줄도 당분간 유지쪽에 무게가 실린다. 최대 비상방역 체계로 격상한 12일 당일 초대형 방사포(KN-25 추정)를 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7차 핵실험도 사실상 준비는 끝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핵실험 준비는 돼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핵실험 강행이 미칠 국내외 여파를 감안할 때 코로나19 확산 현황과 21일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을 보고 ‘타이밍’을 조정할 여지는 남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감염병 악재까지 겹친 마당에 북한이 북미협상의 버팀목인 핵실험 카드를 섣불리 소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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