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찬식 전 동부지검장 "이성윤, 김학의 출금 사후 승인 부탁"

입력
2022.05.13 21:00
한찬식, '수사 무마' 이성윤 공판에 증인 출석
"출금 서류, 사후 승인 요구받았으나 거절"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으로부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 전 지검장이 공개적으로 해당 내용을 밝힌 건 처음이다.

한 전 지검장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이 고검장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무마 의혹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전 지검장은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에 보낼 때 동부지검장으로 있었다.

한 전 지검장은 이규원 검사가 동부지검장 명의로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을 사건 당시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 검사가 김 전 차관 출국을 막기 위해 보낸 요청서의 승인 주체가 한 전 지검장이라는 사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이 검사가 출국금지를 위해 사건번호를 부여받은 과정도 몰랐다고 했다.

한 전 지검장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고검장이 직접 전화해 출국금지 관련 서류를 승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대검 과거사 소속 검사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요청 과정에서) 동부지검 사건 번호를 부여했으니 양해해달라'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을 한 게 맞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한 전 지검장은 "양해해달라는 게 어떤 의미였나"라는 추가 질의에 "(제가) 양해 또는 추인해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이 고검장에게 뭐라고 답했나"라는 물음에는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동부지검 업무와는 관련성이 없으니 결부시키지 말아달라고 얘기했고 이 고검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 통화는 김 전 차관이 긴급 출국금지된 다음 날인 2019년 3월 23일 오전 7시쯤 이뤄졌다.

이 고검장은 2019년 6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과정에서 위법 정황을 발견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에 외압을 넣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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