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바이오 신사업에 뛰어든다. 연간 10%대 성장세로 주목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롯데지주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롯데는 이번 인수에 최소 2억2,0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포함시키면서 향후에도 BMS와 협력 관계 유지 방침도 내비쳤다.
이달 말 출범 예정인 롯데지주의 바이오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먼저 항체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원래 항체 의약품은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도 높지만, 롯데는 가동 중이던 공장을 인수한 덕분에 기술이전에서부터 시험생산과 규제기관 허가 과정 등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공장 인력은 420명에 달하며, 64개국 이상에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받았다.
미국 제약사 아이큐비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20년 3,400억 달러에서 2026년엔 6,220억 달러로 연간 1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항체 의약품의 비중은 70% 이상으로, 높은 수요에 비해 생산 시설 부족으로 공급이 불균형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수익률은 20~40% 수준으로, 롯데는 BMS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러큐스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3만5,000L 정도로, 삼성바이오로직스(36만4,000L)나 셀트리온(19만L)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다. 하지만 롯데는 공장을 항체 의약품 CDMO 사업을 넘어 완제의약품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까지 가능한 시설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시러큐스 공장을 거점으로 바이오 사업을 점차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미국 지역 바이오 법인 설립, 10만L 이상 규모의 생산 공장 건설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은 인수를 앞두고 지난달 미국 출장 중 시러큐스 공장을 직접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사장단 회의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향후 10년간 약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손에 꼽히는 바이오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