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만드는 건설 중장비 회사도 'IT 개발자' 확보 총력…이유는?

입력
2022.05.13 13:00
안전 규제 강화되고 노동인구 감소
건설장비 무인화·자동화 예고된 수순

정보기술(IT) 업계 중심으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굴착기 등을 만드는 건설장비 제조사들도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튼튼하고 성능 좋은 중장비를 만드는 게 관건이었지만, 최근 들어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IT 기반의 무인·자율화 성능을 갖춘 중장비가 대세로 떠오르면서다.

중장비 회사, 개발자 수시로 뽑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부문 지주회사인 현대제뉴인과 사업회사 현대건설기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3사는 최근 반년 동안 IT 개발자 20여 명을 채용했다.

특히 업권을 막론하고 개발자 수요가 치솟으며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채용방식도 바꿨다. 이전에는 연간 채용 계획에 따라 정해진 인원만큼 선발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AI)·정보기술통신(ICT) 분야 개발자는 정원에 상관없이 우수 인재라 판단되면 수시로 채용한다.

인재 영입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개발자 대상 각종 수당을 신설한 데 이어 유연근무제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력직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아예 졸업 때까지 장학금과 활동비를 주고 우수인력을 미리 뽑는 산학장학생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건설장비 무인화 시장 무궁무진

건설 중장비 업계가 IT와 거리가 멀다는 것은 옛말이다. 최근엔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건설사가 굴착기 같은 건설장비를 고를 때 연비와 성능을 최우선으로 따졌다면, 앞으로는 무인화·자동화 기술이 선택의 기준이 될 거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데 노동인구는 주는 추세라 건설장비의 무인화·자동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무인화 소프트웨어를 만들 개발자 수요도 덩달아 치솟았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ICT 기술을 접목한 '컨셉트-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무인화·자동화가 핵심이다. 드론이 현장의 지형 데이터를 관제탑으로 보내면, 관제탑은 이를 기반으로 무인 장비에 작업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지게차처럼 단순한 작업 패턴을 가진 중장비 정도만 무인화 시스템이 개발됐는데, 향후 5년 내 일부 중장비는 완전 무인화가 가능할 만큼 기술 진보를 이룰 거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분야 자동화 로봇 시장규모는 2020년부터 매년 20%씩 급성장해 2027년엔 78억8,030만 달러(9조4,400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제뉴인 관계자는 "올 연말 판교에 글로벌 연구센터(GRC)가 열리면 각사에 분산된 개발자를 한데 모아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며 "근무환경 개선으로 우수 인력을 뽑는 데도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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