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증오범죄' 뒤에는 170여 년 혐오의 역사가 있다

입력
2022.05.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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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옥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2021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이계 남성이 산책 중 폭행당해 숨졌다. 같은 해 3월 뉴욕 지하철에서 스리랑카계 남성이 인종차별적 폭언과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같은 달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이 한국계 여성 네 명을 비롯해 여덟 명을 총격 살해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차별을 막기 위해 조직된 인권단체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발생한 미국 내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는 총 1만905건에 이른다.

아시아인 혐오는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일까.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170여 년에 걸친 혐오와 차별의 역사를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에서 풀어낸다.

혐오의 뿌리에는 오리엔탈리즘이 있다. 19세기 말 아시아인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한 '황화론'이 대두됐고, 1960년대에는 모범적인 소수민족을 뜻하는 '모델 소수민족'(Model Minority) 신화가 고개를 들었다. 모두 아시아인을 길들이기 위한 이념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모델 소수민족' 신화는 더 이상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각인시키는 한편, 흑인 등 다른 소수집단과의 갈등을 격화시켰다.

혐오의 역사는 서구에만 있을까. 우리의 외국인 혐오 즉 제노포비아 현상은 주로 빈국 출신의, 백인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편견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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