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서산개척단, 감금·폭행 등 중대 인권침해"

입력
2022.05.11 21:00
1960년대 초 사회정화 활동 일환으로 실시
당시 군·경, 무의무탁자 1700여명 강제수용
"특별법 제정해서라도 국가가 보상해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서산개척단 운영과정에서 수용자들에 대한 감금과 폭행 등 중대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1일 "전날 제32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집단수용 관련 인권침해 사건 중 처음으로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했다"고 밝혔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1960년대 초 정부가 사회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충남 서산지역에 개척단을 세우고 전국의 무의무탁자(고아, 부랑인 등) 1,700여 명을 경찰과 군인 등에 의해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체포한 뒤 집단 이송하고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 판단에 따르면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의 전신)는 '부랑인 이주정착 계획'에 따라 개척단에 예산 및 물자를 지원하는 등 정착사업을 관리·감독했지만, 수용자들은 개척단 운영과정에서 △감금 △폭행 △강제노역 △강제결혼 등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됐다.

개척단원들은 폐염전을 개간하는 강제노역을 당하며 개간지에 대한 분배 약속을 받았지만, 1982년 12월 '자활지도사업에 관한 임시조치법'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은 채 법이 폐지되면서 약속된 무상분배도 무산됐다. 진실화해위는 정부가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아 개척단원들과 정착지 주민들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강제수용 및 강제노역, 폭력 및 사망, 강제결혼 등 신청인의 인권을 침해한 점에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개척단원으로 피해를 입은 신청인과 그 가족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도 권고됐다. 진실화해위는 "개척지는 개척단원과 정착지 주민의 지속적 노동력이 투입된 결과로, 신청인들의 개간 참여 정도를 고려해 관련 법에 따라 보상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서산개척단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집단수용 인권침해 사건 중 처음으로 진실을 밝힌 것"이라며 "피해를 본 신청인들의 명예회복과 국가가 이행하지 않아 무산된 토지분배에 대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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