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인준' 대치..정국 파국 피해야

입력
2022.05.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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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반쪽 내각’으로 출범한 상황에서 여야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및 내각 후보자 임명을 놓고 정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의 주도권 경쟁에다 6·1 지방선거까지 다가오다 보니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 이튿날 여야의 입싸움은 더욱 거칠어졌다. 총리 인준 절차가 난항을 겪는 데 대해 “민주당의 몽니 정치가 끝이 없다”(권성동 원내대표) “대선에 불복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여당에선 ‘국정 발목잡기’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반면 민주당은 “내각 인사가 대참사 수준”(박홍근 원내대표)이라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철회를 요구하며 맞섰다.

지금까지 윤석열 1기 내각 후보자 중 청문보고서가 채택돼 장관으로 임명된 이는 7명뿐이다. 이날 열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자료 제출 미비 논란으로 파행을 겪는 등 곳곳에서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호영(보건복지) 원희룡(국토교통) 이상민(행정안전) 박진(외교) 박보균(문화체육) 후보자 등에 대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둔 상태다. 총리 후보자와 달리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할 수 있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 기세대로 윤 대통령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 민주당도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켜 그야말로 강대강 충돌로 정국 파국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내각 출범을 기약 없이 미뤄 둘 수도 없다. 민주당이 시간을 끌며 한 총리 인준을 지연시키면 발목잡기 비판이 힘을 받을 게 분명하다. 여야 모두에 부담인 파국을 피하기 위해선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여야가 협치를 포기하고 선거용 세 결집만 노린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