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반려견 두 마리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포착됐다.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서는 비판 의견에 즉석 피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모두 ‘청와대 시대’에는 보기 어려웠던 이색 풍경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11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기자실이 위치한 대통령실 건물 1층 로비에서다.
윤 대통령은 출입기자들이 ‘첫 출근 소감’을 묻자 “어제 첫 출근을 하긴 했다”라고 운을 띄운 뒤 “제가 취임사에서 통합 얘기를 빠뜨렸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취임사에 통합 메시지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을 하루 만에 적극 해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출퇴근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소감’을 청하는 물음에는 “특별한 소감은 없습니다. 일해야죠”라고 답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출근길에 대통령과 취재진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구상에서 강조한 부분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프레스룸을 대통령실 건물 1층에 설치하겠다며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질문에 없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모습에서 윤 대통령의 언론 활용법이 엿보인다. 취재진과 자주 만나 정부를 향한 비판을 반박하고 해명하면서 논란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출퇴근 대통령의 달라진 일상은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을 나올 때도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21분쯤 김 여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감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과 연두색 반소매 셔츠를 입은 김 여사는 반려견 목줄을 하나씩 쥐고 미리 자택 앞 도로에 대기하고 있던 대통령 전용 차량을 향해 걸었다. 윤 대통령은 차량 앞에 도착하자 쥐고 있던 목줄을 김 여사에게 건넨 뒤 탑승했고, 김 여사는 집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의 출근 장면이 처음 공개된 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청와대 관저 보수 등을 이유로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출퇴근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청와대 관저로 이사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공개도 한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말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의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는 대로 관저를 옮기기 때문이다. 외교장관 공관에서도 대통령실까지 3.2㎞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지만 별도의 대문이 있는 건물이라 차량 탑승 모습 등은 노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