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을 당하고도 학교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수업 중에 학생 뒤통수만 봐도 화가 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충북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업 중 담임반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다가 심한 욕설과 반말을 들었다. A씨는 제자의 언어폭력 사실을 알리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쏟아진 말은 사과가 아닌 또 다른 비난과 욕설이었다. 당장의 분노와 충격이 가라앉아 무력감이 계속해서 A씨를 짓눌렀다. 밤잠을 설치며 기억을 털어내려 애썼지만 십수 년 교사 경력에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A씨는 당시의 트라우마를 잊으려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크게 줄었던 교권 침해 사례가 대면수업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도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권 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학교별 피해 교사 보호기구인 교권보호위원회 기능이 강화됐지만, 정작 교사들이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교육활동 침해 발생건수는 2,269건으로 전년(1,197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유형별로는 학생에 의한 침해가 2,098건(92.5%)이었고 보호자 등에 의한 침해는 171건(7.5%)였다.
해당 실태조사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 따라 매년 실시되는데, 코로나19 유행 이전 교권 침해 건수는 △2016년 2,616건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이었다. 방역을 위한 원격수업 확대로 재작년 대폭 줄었던 교권 침해 행위가 지난해 대면 수업 전환과 맞물려 곧장 예년 수준에 근접한 모양새다.
2019년 10월 시행된 개정 교원지위법은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 침해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 조치도 구체화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학교 측이 교권보호위 개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우 경기 금암초 교사는 지난 11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주최한 '교육활동 침해 현황과 제도 운영 진단' 정책 포럼에서 "최근 교권보호위 개최를 요구한 교사가 학부모 등으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를 주장하는 교사의 교권보호위 심의 요구에 학교 관리자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해 교원 보호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교사들도 보호 제도 이용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해결할 목적으로 외부에 피해 사례를 알린 경우는 43.5%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차원에서 교권 침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원지위법이 개정되면서 학부모의 과도한 이의 제기나 폭언에 대해 특별가중처벌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현장에선 화해 및 분쟁 조정 위주로 조치가 취해진다"며 "악성 민원과 폭력 등 심각한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교육청의 적극적 고발조치 등을 통해 학교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