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가장 먼저 방한”→“윤석열이 와 달라” 말 바뀐 이유는?

입력
2022.05.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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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윤석열 방중 초청 배경은]
전염병 상황 악화에 답방 무리 판단
바이든 방한 앞서 동맹에 견제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윤석열 대통령 방중을 초청한 배경을 두고 외교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을 공언해 온 중국이 10일 취임식 축하사절단을 통해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요청하고 나선 모양새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 주석의 해외 방문이 요원해지자 한중 정상 간 셔틀외교의 부담을 한국의 새 정권에 씌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임식 참석 차 서울을 찾은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님의 리더십하에 발전하고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길 축원한다"는 시 주석의 말을 전하며 "양측이 편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기존의 '답방 약속' 언급 않고 방중 초청...'외교 결례'

한국은 그간 정상 간 교차 방문 관례상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져야 할 차례로 여겨 왔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차례 방중했고,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이런 흐름에서 중국 역시 시기만 못 박지 않았을 뿐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특히 2020년 8월 부산을 방문했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한국은 시 주석이 가장 먼저 방문할 나라"라며 최우선 방문국으로 치켜세웠다.

외교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양국 간 사전 교감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 약속에 대한 언급도 없이 윤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되레 외교적 결례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미크론 확산에 당대회까지...시진핑 출국 부담

중국이 논란을 무릅쓰고 윤 대통령의 방중을 초청한 것은 시 주석의 답방이 당장 어렵게 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해외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제 심장부인 상하이를 봉쇄한 데 이어 수도 베이징까지 오미크론이 파고들며 중국 지도부의 전염병에 대한 경계감은 극도로 커진 분위기다. 또한 하반기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전임 정권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해외 방문길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11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중국 지도자가 한국을 찾아 양국 관계를 다독였다면 가장 좋은 그림이 됐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중국이 한중관계 개선이라는 짐을 윤 대통령에게 지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방한 코앞에서 美 보란 듯 尹 초청

이번 방중 초청은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미동맹 강화를 앞세운 윤 대통령이 당장 방중하기 어려운 측면은 중국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초청은 실제 추진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한미동맹을 경계하기 위한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20~22일)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한중 정상 간 대화 여지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 왕 부주석은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중 간 공급망",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추진" 등을 강조했다. 북핵과 공급망 문제 모두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들로, 중국이 이와 관련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왕 부주석은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민감한 문제'란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갈등을 두고 한국에 경고음을 보낼 때 써 온 표현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언급한 "사드 추가 배치"를 포함해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미국과의 군사협력 가능성을 거듭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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