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美의 우크라이나 물밑 지원 제안받는 건 상식적으로 안 돼"

입력
2022.05.11 12:00
전 국립외교원장 김준형 한동대 교수
"우크라이나에 美 통해 무기 전달하면 러시아와 끝"
"美, 나토와 한국 일본 연결하는 새로운 전략 택해"
"바이든, 대북 협상력 있는 문재인 특사 역할로 고려"
"문재인 임기 중 포괄적 전략동맹 전환한 성과도"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것을 두고 미국 입장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긴장된 관계로 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앞으로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갖고 있었던 외교력이나 협상력, 김정은과의 관계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그동안 미국의 대(對)북한 외교에서 지미 카터·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이 했던 역할을 문 전 대통령에게 맡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북중러가 다 나빠지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미국의 일부 강경파이고, 지금 전선이 2개나 벌어져 있는데 북한까지, 한반도까지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미국이 결코 바라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바이든 대통령은)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가져 놓는 것이 차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간의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도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21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이 미국에서도 거의 바이블이다, 한미 정상회담 최고의 성과라고 평가했다"면서 "군사동맹뿐 아니라 경제동맹까지 포함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간다는 걸 문 대통령과 했다는 부분에 대한 가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미국 통해 해도 러시아가 파악"



한편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신 전달하겠다며 우리에게 물밑 지원을 제안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김 교수는 "상식적으로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쪽에서는 "폴란드를 포함해서 나토 국가를 우회해서 해 줄 테니까 보내라"는 제안이 있었으며, 러시아 역시 이를 파악하고 "만약에 그렇게 되면 한국하고는 끝이다"라는 메시지를 한국에 전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러시아와) 완전히 적대 국가가 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만약에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기술을 보내고 핵까지 완성시켜 줘도 거꾸로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바뀌어도 주요 전문 관료들은 그대로 있는데, 지금 우리 국방부나 외교부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제 제재나 다른 부분은 가능해도 무기를 제공하는 건 다른 차원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 박진 장관도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아울러 미국의 이런 요청이 미국의 새로운 대전략 방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국방부에서는 나토와 한국, 일본을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본래는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중국을 포위하자는 구상이었는데,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났고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 양쪽을 다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나토와 아시아를 연결시켜야 될 필요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보낸 것 역시 이를 파악하고 한국을 달래려는 움직임이라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 고립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립만 지켜 줘도 중국한테는 굉장히 고마운 거라는 자체 평가가 있기 때문에 2인자를 보낸 것"이라며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것인데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