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 빈약해진 이야기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5.13 10:40
12면
왓챠 드라마 '킬링 이브' 시즌4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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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 시리즈의 인물들은 매력이 넘친다. 빌라넬(조디 코머)은 전복적인 캐릭터다. 사이코패스 비밀요원이다. 본능적으로 살인을 즐긴다. 암살이 천성이다. 피가 차가운 악인인데 기이하게도 마음이 끌린다. 얼굴에 깃든 천진난만함, 불우한 어린 시절 등이 연민을 자아낸다. 빌라넬을 쫓는 영국 정보국 MI6 요원 이브(샌드라 오) 역시 매력으로 뭉쳤다. 내근 요원으로 현장에서 뛰고 싶었던 그는 빌라넬 덕분에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대가를 치른다. 주변 사람들을 잃는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게 정신적으로 성숙한다.

①비밀조직 트웰브를 쫓아라

빌라넬과 이브는 서로 쫓고 쫓기면서 농밀한 감정을 주고받는다. 독특한 인물이 기묘한 관계를 맺으며 긴장을 빚어낸다. 장르는 첩보 스릴러로 서스펜스와 스릴을 기본 장착하고 있다. 소재가 흥미롭기도 하다. 초국가적 비밀 첩보조직 트웰브의 암약을 다룬다. ‘킬링 이브’가 뜨거운 인기를 바탕으로 시즌4까지 만들어진 이유다.

시즌4에서 빌라넬과 이브는 인생의 변곡점을 맞는다. 빌라넬은 기독교 신자로 거듭나려고 한다. 천성으로부터 벗어나 이브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이브는 경호업체 직원으로 일하며 트웰브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옛 상사였던 캐롤린(피오나 쇼)이 트웰브에 대한 정보를 이브에게 넘기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

②수상한 사람들의 수상한 행보

트웰브는 실체를 알 수 없다. 이브는 트웰브 조직의 뒤를 쫓으면서 헬렌(카미유 코탱)이라는 의문의 여성을 알게 된다. 헬렌은 트웰브 조직원들을 하나하나 고문해 죽이고 있다. 트웰브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행위로 보인다. 이브는 목표가 같다고 여겨지는 헬렌과 손을 잡는다. 하지만 헬렌의 행보는 의심스럽기만 하다.

캐롤린 또한 속내를 알 수 없다. 아들 케니가 누구 사주로 살해됐는지를 파헤치기 위해 트웰브를 추적하는 듯하나 비밀을 감추고 있다. 빌라넬은 자신의 목숨을 누군가 노린다는 걸 알고 복수하려고 하면서 이야기 전개는 좀 더 복잡해진다.

③이브와 빌라넬은 복수에 성공할까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브와 빌라넬을 두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나 새로운 인물의 사연이 더해지기도 한다. 장례사 팸(안자나 바산)의 이야기다. 팸은 자신의 재능인 사이코패스 기질을 묵혀두고 싶지 않다. 헬렌을 통해 암살요원으로 거듭나고 싶다. 팸의 ‘성장기’는 빌라넬 등의 과거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팸이 빌라넬처럼 냉혈 킬러로 변신할지를 보여주며 또 다른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드라마는 종국에 빌라넬과 이브의 주체적인 삶을 비추려 한다. 둘은 험난한 과정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자신들 삶의 발목을 잡았던 족쇄를 끊어내려고도 한다. 방법은 트웰브 수뇌에 대한 복수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인기 시리즈는 대체로 두 가지 성공 요인을 가지고 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 캐릭터를 뒷받침해주는 이야기 전개다. ‘킬링 이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빌라넬과 이브라는 인물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비밀스럽고 긴박한 첩보전은 두 사람의 사연을 풀어내기 좋은 배경이었다. 블랙 유머와 섬찟함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이기도 했다. 남자들은 그저 거들 뿐, 여자들이 이야기를 주도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대미를 장식하지는 못했다. 시즌4는 웃음과 스릴이 불균질하게 섞여 있다. 화급한 마무리가 당혹스럽기도 하다. 캐릭터들의 두께에 비해 이야기가 납작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