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공격 당한 美 흑인대학, 결국 폐교선언

입력
2022.05.11 08:49
미국 일리노이주 링컨 칼리지
코로나19 탓 등록률 낮아지고
랜섬웨어로 신입생 모집 중단


157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일리노이주 흑인대학 링컨 칼리지가 폐교를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록률이 감소한 것이 원인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 랜섬웨어 공격으로 신입생 모집은 물론 학교 데이터 접근, 기금 모금 캠페인까지 중단되면서 폐교를 선택할 수밖에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데이비드 겔락 링컨 칼리지 총장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와 족적, 동문 커뮤니티의 손실이 크지만 봄학기가 종료되는 이달 13일 모든 학업 프로그램을 중단하기고 했다”고 밝혔다. 겔락 총장은 “링컨 칼리지는 1887년 경제위기와 1912년 대규모 화재,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 대공황, 2차 대전, 202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여러 도전적인 시기에도 살아남았지만 이번엔 달랐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우리는 2021년 12월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며 “공격으로 입학 활동이 방해를 받았으며 대학 데이터에 대한 접근도 막히면서 2022년 가을학기 등록도 불분명해졌다”고 밝혔다. 또 “입학 및 학교 운영, 기금 마련 등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대학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부 및 파트너십 부족이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자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코로나19 상황 탓에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창출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링컨 칼리지를 폐교로 몰아 넣은 사이버공격은 이란발 랜섬웨어 공격이라고 겔락 총장은 밝혔다. NYT는 지난해에만 미국 내 대학 26곳을 포함해 총 1,043곳의 학교가 랜섬웨어 피해를 받았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랜섬웨어 공격을 풀기 위해 얼마를 지불했는지 공식적으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겔락 총장은 앞서 4월 시카고트리뷴에 “10만달러 미만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또 “대학 운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5,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기부금 마련에 실패한 것은 물론 내년도 등록자 수 역시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고 밝혔다. 링컨 칼리지의 2020년 가을학기 등록자 수는 630명에 불과했다고 시카고트리뷴은 전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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