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윤 대통령의 '반지성주의', 미국 신보수의 언설 잘못 베껴"

입력
2022.05.11 09:00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극우 인사의 캠퍼스 강연 취소케 하거나
백인 우월주의적 '고전' 상대화시키는 게
반지성주의... 한국의 맥락과는 맞지 않아"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반지성주의'가 미국 신보수의 언설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이 반지성주의를 본래의 맥락과 맞지 않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반지성주의' 타령은 미국 신보수의 전형적인 원 풀이 방식"이라며 반지성주의의 유래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예컨대 극우 인사들의 캠퍼스 강연을 취소케 하는 학내 운동이라든가, 백인 우월주의적 시각이 녹아든 각종 '고전'들을 상대화시키려는 운동 등은 (미국 신보수의 입장에선) 다 '반지성주의'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실은 "'반지성'이라기보다는 기득권 지배의 도구가 된 거짓 '지성'에 대한 반격의 시도"라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이런 맥락의 반지성주의는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달리 이미 학생 운동도 거의 죽은 상태고 학내 '(강연 등의) 취소 문화'가 강한 편도 아니고 윤 대통령 본인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별 저항을 받지 않고 이런저런 캠퍼스를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다.

그럼에도 "미국에서의 언설을 그대로 베껴 '반지성주의' 타령한다"며 "한국 극우파들이 아직 독자적 언어 하나 만들지 못하고 남들의 언어를 전유해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과거 극우가 '총화단결', '정신문화' 등 일본 극우파의 언설을 차용하더니, 지금은 미국 우파 내지 극우파를 그냥 베낀다는 지적도 더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취임 연설에서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진영 대결, 그것이 낳은 팬덤 정치와 편가르기를 반지성주의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반지성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과학과 진실을 전제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타협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제시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