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에 쓰라는 돈으로, 환경부 낙하산은 대통령급 연봉을 챙겼다

입력
2022.05.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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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
포장재 재활용 관리기관 두곳(KPRC, KORA)
중복업무에 이사장·본부장 연봉·공로금 잔치

환경부 관료 출신들은 재활용분담금 운영기관에 낙하산으로 가서 2억 원이 넘는 대통령급 연봉을 챙기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등 재활용 산업을 지원하려고 기업들에 모은 돈(재활용분담금)으로 받는 연봉이다.

국내 생산자재활용책임(EPR)제도상, 포장재 재활용에 필요한 분담금을 생산업체에서 거둬들여서 회수·선별·재활용 업체들에 지원금으로 나눠주는 기관은 두 곳이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KPRC)이 기업으로부터 분담금을 걷고,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가 재활용 업체에 지원금을 나눠주는 구조다. KPRC만 있었는데 "재활용 업체의 이익을 대변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센터가 추가됐다고 한다.


그러나 업무가 상당히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고, 두 기관 모두 재활용분담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 업체의 이익 대변은 업체들이 협회를 만들어 할 일"이라며 "사실상 두 기관이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인데 조직만 두 개로 나눠서 관리비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KPRC와 KORA의 역대 이사장 9명은 전부 환경부 관료 출신이다.

KPRC는 최주섭(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김진석(한강유역환경청장)·송재용(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장)·이찬희(환경부 자연보전국장) 이사장이, KORA는 윤승준(국립환경과학원장)·심무경(낙동강유역환경청장)·정회석(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실 국장)·이희철(영산강유역환경청장)·김상훈(영산강유역환경청장) 이사장이 지냈다.

송재용 이사장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임기 당시 업무추진비 횡령 등의 의혹을 받던 중 자진사퇴한 전력을 보유하기도 했다.

KPRC 이사장의 연봉은 2017년 2억1,000만 원에서 지난해 2억3,000만 원으로 올랐는데, 같은 기간 대통령 연봉과 동일하다. 지난해 환경부 장관 연봉은 1억3,581만 원이었으니 장관 연봉의 두 배가량이다. KORA 이사장은 2020년 연봉 2억1,765만 원을 받았다.

이 연봉은 모두 기업들이 재활용책임을 위해 내는 재활용분담금에서 나온다. 이사장 연봉으로 2억 원을 넘게 주면서, 정작 폐플라스틱 위탁처리에 2020년 25억7,177만 원의 세금을 쓴 수원시에는 고작 1,741만 원 지원에 그쳤다.

또 고위직에게 매년 수천만 원대의 공로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KPRC는 2017년 환경부 출신 본부장 2명에게 총 6,566만 원, 2019년 환경부 출신 이사장·본부장에게 총 8,000만 원, 지난해 송재용 이사장에게 3,000만 원이 지급됐다. 공로금은 이사장 추천과 이사회 의결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실상 '셀프지급'한 것이다.


노웅래 의원은 "환경부 퇴직 공무원들이 임원을 독식하고 있다"며 "두 조합을 없애고 한국환경공단으로 통폐합하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두 기관에 대한 지도·점검 결과, △EPR 지원금 지급 절차 △임원 성과 평가제도 △복리후생비 지급 기준 △업무추진비 관리 등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달 9일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

<1>플라스틱 쏟아내도 푼돈만 부과

<2>벌칙금조차 너무 적다

<3>부족한 비용은 세금으로

<4>누더기 산정 방식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