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우크라 EU 가입 수십년 걸릴 수도…대안 '유럽 공동체' 만들자"

입력
2022.05.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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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조지아 등 신청국 편입해 협력 모색
"터키 등 5개 후보국엔 지연 전략으로 비칠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며 별도의 정치 공동체를 만들어 가입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실행까지는 난관이 예고돼 깜짝 제안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후보국이 돼도) EU 회원국으로 승인받기까지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며 "새로운 유럽 공동체를 만들면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유럽 내 민주주의 국가들과 정치적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입이 오래 걸리는 EU 대신 유럽 내 새로운 정치 공동체를 만들고,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몰도바, 조지아 등의 구소련 국가들을 편입시키자는 구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기감을 느낀 몰도바와 조지아는 지난 3월 EU 가입을 신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새 공동체가 EU를 탈퇴한 영국에도 열려있다고 언급했다.

EU가 우크라이나의 가입 노력을 방관하는 건 아니다. 앞서 2월 28일 우크라이나가 가입을 신청한 후 EU는 이례적인 속도로 가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EU 가입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히며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6월 중에 관련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다음 달 후보국에 선정돼도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심사는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씩 걸린다. 사법, 경제, 인권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조건을 달성하고, 이후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받아야 한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빠른 가입을 위해 '특별 절차'를 통한 즉시 승인을 요청했지만,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일부 EU 회원국이 반대해 무산됐다.

새로운 '유럽 정치적 공동체' 설립까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당장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부터 난색을 표했다. 숄츠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에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매우 흥미로운 방안"이라면서도 "이것이 우리가 이미 오랫동안 작업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가입 절차를 단념하게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수년째 EU 가입 협상을 진행 중인 터키, 세르비아 등 5개 후보국의 가입 절차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가입을 희망하는 몇몇 국가들은 마크롱의 제안을 포용을 가장한 가입 지연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