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됐지만 정작 소비자 사이에선 정책 체감도가 미미하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유류세를 사상 최대로 낮췄어도 휘발윳값은 찔끔 인하에 그쳤고 생계형 운전자 의존도가 높은 경윳값은 내리긴커녕 도리어 시행 전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45원(서울 2,004원)으로 집계됐다.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전국 1,975원·서울 2,040원)과 비교하면 10일 동안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고작 30원 내렸다. 특히 이달 1일 이후 5일 연속 떨어졌던 휘발윳값이 6일부터 다시 오름세로 방향을 틀면서 인하 폭은 더 줄었다.
경윳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지난달 30일 전국 평균 경윳값은 L당 1,921원이었는데, 이날 정오에는 1,946.65원으로 약 25원 비싸졌다. 휘발유 평균가격(1,945.88원)보다도 0.77원이 높다.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한 건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경유보다 40%나 높아 휘발유가 경유보다 100~200원 비싼 게 일반적이라 '역전 현상'은 그만큼 경윳값이 홀로 치솟았다는 의미다.
사상 최대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이 내려갈 걸로 기대했던 소비자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유류세 인하 폭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되면 휘발윳값은 L당 평균 83원, 경윳값은 58원 내려갈 거라고 홍보했는데, 실제 결과는 정부 예상과는 한참 어긋나는 것이다.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에도 기름값 인하 효과가 미미한 건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연일 강세를 보여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유가가 아니라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에 관세, 유통비용, 마진 등을 더해 최종 판매 가격이 정해진다.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와 달리 이달 첫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41달러로 직전 고점(142달러) 수준에 근접했고, 경윳값은 162달러로 거의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막히면서 최악의 수급난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한 정유사 임원은 "환율도 초강세라 원유 수입 가격도 뛰었다"며 "이런 요인이 맞물리며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돼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유업계가 유류세 추가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를 분석했더니 지난 8일 기준 전국 주유소 중 휘발윳값과 경윳값을 추가 인하분(각각 77원·38원)만큼 내린 곳은 각 16%와 12%에 그쳤다. 반면 이 기간 전국 주유소의 44%는 경윳값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