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일본은행은 정부의 자회사”라고 말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 오이타시에서 가진 모임에서 일본은행이 채권시장에서 일본 정부 국채를 매입하는 것을 언급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일본의 국가 부채 1,000조 엔의 절반은 일본은행이 사 주고 있다”며 “일본은행은 정부의 자회사이므로 (부채) 만기가 오더라도 상환하지 않고 차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은행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반해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시장 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10년물 국채를 0.25% 이율로 매일 사들이는 공개시장 조작을 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2월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15엔이던 엔화 가치는 급락해 현재 엔·달러 환율은 130엔대까지 급등한 상태다.
아베 전 총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재무성의 야노 고지 사무차관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부양 정책을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하는 글을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기고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야노 사무차관은 정부 부채 비율이 매우 높다면서, 일본을 ‘채무의 산’이란 빙산에 부딪치기 직전의 타이태닉호에 빗댔다.
그러자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은 타이태닉호가 아니다. 타이태닉호가 파는 채권은 살 사람이 없지만 (일본 국채는) 제대로 팔리고 있다”며 야노 사무차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적자 국채의 대부분은 시장을 통해 일본은행이 사들였다”며 ”결코 후손에게 (빚을) 떠넘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은행은 나라의 자회사다. 주식의 절반은 정부가 갖고 있어 연결회계로 보면 채무가 아니라는 견해도 성립한다”면서 적자국채를 얼마든지 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