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판' N번방 범죄자들

입력
2022.05.10 19:00
25면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잔인한 동물 학대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최근 사건은 경기 동탄에서 발생한 고양이 50마리 살해 사건이다. 단순 살해 수준을 넘어서 출산이 임박한 만삭인 고양이의 눈을 터뜨렸고, 다른 고양이는 굶기고 때리면서 물고문을 하는 등 괴롭힘의 수준이 너무도 끔찍했다. 고양이의 다리를 하나씩 부러뜨리고는 삼륜구동, 이륜구동이라 부르며 조롱하였다. 고통에 발버둥 치는 고양이를 보고는 웃기다며 영상으로 옮기고 공유하였던 범죄자는 동물판 N번방 행동대장이었다.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양식장 고양이 살해 사건도 끔찍하다. 가해자는 고양이를 3~4m 깊이의 양식장에 가두고 천천히 죽였다. 그는 죽인 고양이의 가죽을 벗겼고, 벗겨진 가죽과 사체를 나란히 두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고양이의 배에서 쏟아진 장기와 만삭묘의 배에서 꺼낸 고양이 태아를 병에 담아놓은 사진도 공유했다.

동물 학대 사건을 두고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은 동물 학대 행위가 갖는 잠재적 위험성을 호소한다. 연쇄 살인마는 물론 소위 강력범죄자들이 과거 동물을 학대하였기에, 현재의 동물 학대는 미래에는 인간을 향할 수 있는, 처벌받아 마땅한 행위라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 학대에 관한 연구를 인용하면 동물 학대 가해자는 다수가 20~30대의 남성이고, 이들의 대다수가 향후 범죄로 처벌받았다. 범죄유형은 폭력, 가정폭력 등으로 일상생활 속의 대인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범죄적 잠재성이 있다고 다 처벌하지 않는다. 행위 자체가 범죄여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볼 질문이 있다. 동물 학대 가해자가 향후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이것이 잘못된 행위가 아니란 말인가. 그 행동이 인간을 향하지 않더라도 약자에 대한 괴롭힘과 살해를 즐기는 자가 당당한 사회가 안전한 사회인가. 동물 학대는 그 행동이 누구를 향하든 상관없이 그 자체로 잘못된 행동이고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범죄이다.

다른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학대자들의 삶을 프로파일링해 보면 아동기 가정 내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월등히 높다. 가정 내에서 약자에게 자신의 감정의 원인을 돌리고, 분풀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가해자의 책임 회피 방식을 그대로 체득한 것이다. 즉, 동물 학대자 발견은 가정폭력 희생자의 발견인 것이다. 가정폭력을 탐지하고 또 다른 존재의 추가적 피해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은 의미 있다.

며칠 전, 31년 만에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공포됐다. 학대에 대한 정의가 확대되고 촘촘해졌다. 과거에는 상해만 학대였지만, 이후에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도 추가되었다.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와 굶주림과 질병 등에 대한 조치를 게을리하는 행위까지, 그리고 이번 개정은 반려동물 소유자가 먹이 제공 등의 의무를 위반하는 전반적 방임행위까지 동물 학대로 보았다.

동물 학대 행위는 이미 처벌의 대상이다. 징역 3년까지 처벌 가능한 범죄행위지만 처벌받은 이는 거의 없다. 경찰이 움직이지 않아서다. 법이 아무리 누군가의 권리를 촘촘하게 보호하도록 짜여 있다 한들, 경찰이 민감도가 낮거나 수사 의지가 없으면 처벌받는 이도, 보호받는 이도 없다. 실제로 동물 학대 신고자들은 사건 접수조차도 꺼리는 무기력한 경찰을 경험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칭 탐정인 흥신소 직원이 경찰보다 신뢰받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반갑다. 그러나 경찰의 동물권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 법 역시 무용지물이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인간의 동료이자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로 바라보고 인간이 이들을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인간을 향하지 않아도 동물 학대 그 자체로서 범죄임을 경찰은 물론 우리 사회가 공감해 나가길 바란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