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퇴임과 함께 문을 닫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대해 "윤석열 정부도 중단시키기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9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 여소야대 국면이라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청원 게시판이 (여론이) 왜곡되지 않도록 걸러주는 역할, 또 국민의 법 감정이나 국민정서에 반영하면서 공감과 숙의를 통해 정책 개선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문 대통령 시절) 청원 글은 많은데 토론 공간이 좀 부족했다"며 "토론 공간을 활성화하거나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국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은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정오 문을 닫았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첫선을 보인 지 약 5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대신 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행정안전부의 광화문1번가 등 다른 기존 민원 창구를 통·폐합해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누적 게시물은 약 111만 건, 누적 방문자 수는 5억 명을 넘었다. 매일 670여 건의 청원글이 올라오고, 하루 평균 31만 명이 방문한 셈이다. 채 교수는 "(청원 중에는) 각종 성폭력 범죄 피해호소나 인권보호 사항이 127건으로 가장 많았다"며 "음주운전범 처벌 강화(윤창호법), 어린이안전보호(민식이법),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정책제도 개선 71건, 정치사항 46건, 언론사항 16건, 동물보호 15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어 정부가 답변했던 청원글은 5년 동안 293건이었는데 그중에는 가시적 성과를 낸 것도 있었다. 채 교수는 "성폭력 피해 사건이었던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청원이 270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며 "국민 동의 20만 명을 넘긴 사안 중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청원은 모두 국회에서 입법화가 돼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과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았다"며 "중요한 사건 때마다 국민여론을 형성했고, 경각심을 상기시켜 정치권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되는지 판단의 근거를 만들었다"고 했다. 특히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고소 고발 이런 국민의 법 감정이나 국민 정서가 많이 반영이 돼 제3의 공론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청원 내용이 뒤늦게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특정인을 비방하는 청원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채 교수는 "초반에는 소외된 약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아 국민적 동의를 많이 얻었는데 점차적으로 여야 정쟁이나 상호비방, 지지자 결집 공간으로 왜곡돼 진영 간 대리전 장소, 상호 간 혐오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예를 들면 여가부 폐지나 상대 당 해체 또는 해산 청원글이 많이 올라왔다"며 "초기 소수자나 약자의 고통 해소, 피해 호소에 대한 공론장 역할을 다하지 못한 건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