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의 '올드보이'들이 돌아왔다. 9일 단행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차관 인선의 특징은 진보 정부와 '악연'을 맺은 인사들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동맹 강화와 원칙적 대북접근을 전면에 내건 윤석열 정부의 주축으로 컴백하면서 이전과 확연히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차기 정부 외교부 1차관에 조현동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 2차관에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각각 지명했다. 통일부 차관에는 김기웅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국방부 차관에는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원장 겸 외교안보센터장을 각각 발탁했다.
조 내정자는 외교부 북미3과장과 주미 서기관 등을 역임한 외교부 내 대표적 '미국통'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엔 외교부에서 보직 해임된 적이 있다. 당시 외교부 내 '자주파 대 동맹파' 논쟁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북미 3과장이었던 그는 사석에서 "영어도 못하고 미국에도 안 가 본 사람들이 어떻게 대미 외교를 하겠느냐"고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며 징계를 받았다.
이 내정자는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발탁, 이후 3년 3개월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했다. 2018년과 2019년 북미·남북대화에 깊이 관여하는 등 중책을 담당했으나 공을 인정받지 못해 별다른 보직을 얻지 못한 채 2020년 12월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고, 윤 정부 초대 차관으로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다.
김 내정자도 '부활'의 아이콘이다. 5급 특채로 통일부에 들어온 그는 1990년부터 거의 모든 남북회담에 관여한 '회담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이던 2013년 개성공단이 일시 폐쇄되자, 재가동을 위한 남북 당국 협상 도중 수석대표로 투입될 정도였다. 정권 교체 이후 중용되지 못하고 통일부를 떠났지만, 친정에 다시 돌아왔다.
신 내정자는 보수 진영 내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전문가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현안팀장, 북한군사연구실장 등을 역임하며 안보 및 대북 분야 전문성을 다졌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6년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맡았다. 그가 발탁된 배경도 한미동맹과 한미 군사현안에 안보정책의 중점을 둔 윤 당선인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