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9일 15개 부처 차관 2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국무총리와 장관 자리 절반이 공석인 '반쪽 내각'을 출범시키더라도, 전문성 있는 차관들을 전면 배치해 국정 차질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양성·균형 실종 비판은 이번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전한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중심의 인사 기조 속에 여성 차관은 단 한 명도 지명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대변인실을 통해 새 정부 1기 내각의 차관급 20명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여성가족부 차관 등 4개 자리가 남긴 했지만, 취임 직전 ‘차관 내각 체제’를 거의 완성한 것이다.
총리와 장관 공백 사태에 실질적으로 대비하면서,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경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변인실은 “윤 당선인은 정부 운영에 어떤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번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며 “취임 즉시 관련 내용(인사안)에 서명하고 발령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에는 기재부 차관보를 지낸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가, 2차관에는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이 각각 내정됐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한동안 ‘장관 대행’ 체제가 불가피해진 교육부 차관에는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발탁됐다.
외교부 1차관에는 조현동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 2차관엔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명됐다. 이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관련 업무를 주도했으나,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와 불편한 관계를 맺은 끝에 외교부를 나왔다. 이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윤 당선인을 도왔다. 통일부 차관에는 김기웅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국방부 차관에는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외교안보센터장이 낙점됐다.
행정안전부 차관에는 한창섭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이 각각 지명됐다. 문체부 1차관엔 전병극 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엔 김인중 농림부 차관보,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장영진 전 산자부 기획조정실장, 통상교섭본부장은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임명된다.
보건복지부 1차관엔 기재부 출신 조규홍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가, 2차관엔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낙점됐다. 환경부 차관은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이, 고용노동부 차관은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해양수산부 차관은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맡게 됐다.
신임 차관 내정자들은 대부분 해당 부처 관료 출신으로, ‘내부 승진’이 많았다. 그러나 출신 대학과 연령, 성별 등으로 분류해보면 여전히 서오남 편중이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이번 인선엔 여성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장관이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인선보다 다양성 면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배진교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9일 “'남탕 인선'에 청년은 찾아볼 수도 없는 내각 구성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여성 혐오 선거 전략을 고수했던 윤 당선인이 이제 본격적으로 여혐 국정의 길을 여는 것 아닌지 국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