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부패한 공직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폄하하는 태도"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법안은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김종민 의원은 "후보자가 인사말에 검수완박이란 말을 굳이 쓴 건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인사청문회 인사말에서 '한판 붙을래' 이런 식으로 했던 후보자는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그간 검수완박 용어를 '국민의힘의 여론몰이용'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도 "검수완박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라며 거들었다. 그는 "현재 통과된 법률과도 차이가 있는 표현"이라며 "(한 후보자의) 적절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을 명분 없는 야반도주라고도 했다"며 "사과 없이는 청문회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 편에 섰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이) 검사들의 수사 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충돌'은 오후에도 계속됐다. 한 후보자는 "잘못된 절차로 만들어진 법"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술유출 범죄 등 수사 공백 우려를 지적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 질의에는 "검찰이 74년 동안 쌓은 수사 능력은 국민의 자산"이라며 "어떠한 대책도 없이 증발시키는 것은 나라가 자산을 잃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은 국민의 것"이란 견해도 밝혔다. 한 후보자는 '우리나라 헌법에서 영장청구권을 구체화해서 규정하고 있다'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수사권은) 그것으로 인해 범죄를 방지하는 것의 이익을 받게 되는 국민의 것이라 생각한다"며 "법안을 함부로 박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민주당의 '수사·기소 분리'라는 표현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수사 기소 분리도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라며 "수사에서 서민 사건의 99% 정도는 경찰이 하는 상황에서 최근 법안은 경찰에게 기소권까지 주는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 분리 조항을 담은 검수완박법이 결국 검찰 윗선의 사건 무마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 수사 검사가 의견을 낼 수 없다면, (검찰 수뇌부는) 원하는 기소 검사한테 맡겨 기소·불기소를 조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이렇게 막강한지 몰랐다"며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뭐든 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인데 당선인도 그렇지만 저도 이 부분을 과감히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