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딸 스펙' 논란에 "고1 단독 저자 논문 가능"

입력
2022.05.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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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내용·형식상 비상식적"… 후보자 인식과 괴리
한동훈 "딸이 직접 했다"… 지도교수 없이 논문 2건
'약탈적 학술지 게재' 의문엔 "학계 문제" 답변 회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딸이 고교 1학년 재학 중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 논문을 게재한 것을 두고 "연습용 글로 입시에 사용되지 않아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딸이 직접 글을 작성했으며, 고교생이 단독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학계에선 그러나 한 후보자 딸의 IEEE 게재 논문에 대해 "내용과 형식이 고교생이 썼다고 보기엔 상식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대입 최신 트렌드와 일치해 입시 목적이 없다면 작성할 이유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1 학생의) IEEE 단독 저자 논문 게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딸의) 논문을 살펴봤는데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았고, IEEE가 문턱이 높은 곳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 딸이 논문을 게재한 학회는 IEEE 소속 학회 중 비교적 수준이 낮은 곳으로 분류된다. 다만 '고1 학생이 지도교수 없이 단독 저자로 게재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 후보자 딸은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 IEEE 소속 학회의 학술대회에 단독 저자로 '콘퍼런스 페이퍼'를 냈다. 연구 트렌드를 살피는 '리뷰 논문'이었다. 올해 초에는 방글라데시 소재 대학 석사생과 함께 논문을 썼다. 모두 '머신 러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학계에선 그러나 "리뷰 논문은 박사과정 이상 저자가 중요한 내용을 추려 전반적 트렌드에 대해 기술하는 것으로 고교생이 혼자 쓸 수 있는 논문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어, 한 후보자 인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논문 공저자인 '방글라데시 소재 대학 석사생'을 알게 된 경위를 묻자, 한 후보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딸이 재학 중인) 국제학교 학생의 공부 방식과 상황은 다르다. 온라인 튜터링과 첨삭 지도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 딸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한 사촌과 대외활동을 함께하고, IEEE 외에도 '약탈적 학술지'에 글을 게재해 '입시를 위한 스펙 공동체 아니냐'라는 지적도 받았다. 한 후보자는 그러나 딸의 '스펙 쌓기'가 "입시 목적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오히려 "약탈적 학술지는 학계의 구조적 문제로 보이는데 고교생이 글을 올린 게 잘못된 것이라는 건 과하다"고 되받기도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논문 대필 및 전자책 표절 의혹을 거론하며 수사 필요성을 묻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없고, 사용될 계획도 없으며 나아가 학교에도 제출하지 않은 습작 수준의 글을 올린 걸로 수사까지 말하는 것은 과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한 후보자 딸의 논문 게재 행위에 대해 "약탈적 학술지에 돈 내고 기고하는 행위가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지를 한 후보자와 그 가족들이 아는지 궁금하다"며 비판했다.

이유지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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