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고삐를 바짝 잡아당기자 미국과 한국의 기술주들이 추락하고 있다. 기술주와 함께 승승장구했던 비트코인 역시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기술주의 대세 상승장이 끝났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차별성을 갖춘 기술주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까지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이 5주 연속 하락한 것은 201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에는 무려 4.99% 떨어지면서 약 2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들의 주가도 추풍낙엽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6일(현지시간) 기준 180.97달러로, 지난해 말(602.44달러) 대비 무려 421.47달러(69%)가 빠졌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는 가운데 잇따른 실적 악화에 주가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메타(옛 페이스북) 역시 지난해 말 대비 39% 하락했고 △아마존(-31%) △알파벳(-20%) △마이크로소프트(-18%)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지난 10년간 초저금리 기간 동안 엄청나게 성장한 기술 산업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기술주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무려 4.09% 떨어진 9만3,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최저가로, 지난해 말 대비로는 46% 하락했다. 그외 네이버(-27%)·카카오(-25%) 등 빅테크들도 지난해 말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비트코인도 속수무책이다. 코인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3만3,00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11월 고점(6만7,000달러) 대비 50%나 빠진 것이다. 한때 '디지털 금’으로 불렸던 비트코인은 긴축 흐름이 강화되면서 기술주 주가와 동조화 현상이 심화됐다.
기술주의 향후 전망 역시 어두운 상황이다. 금리가 오를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마크 스토클 애덤스펀드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위험에서 벗어나길 원하는데, 기술주가 가장 쉬운 위험회피 대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술주가 약세장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차별성을 갖춘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처럼 확실한 이익을 내는 기술주와 단순 잠재력만으로 가치가 오른 기술주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실적이 동반된 기술주들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우려가 기술주에 과도하게 반영된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꺾이거나, 향후 2분기 실적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기술주의 반등세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